의대정원 원점으로 동결에…수험생들 "우리가 동네 북이냐"

24일 오후 충북 청주 충북대 의과대학 캠퍼스가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4일 오후 충북 청주 충북대 의과대학 캠퍼스가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정부가 대한의사협회에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전 수준인 3058명으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험생·학부모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황금돼지띠’인 2007년생이 고3이 되면서 현역 수험생이 늘어난 데다, 재수 이상 수험생도 25년 만에 20만 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돼 입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6일 주요 수험생 커뮤니티에서는 정부의 의대 정원 동결 제안을 두고 반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수험생은 “2006년생(작년 고3)은 동네북인가”라며 “의대 정원 증원으로 N수생(재수 이상 수험생) 대거 몰려와 경쟁이 심화됐고, 올해 재수하면 좀 괜찮을까 했더니 의대 정원이 동결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수험생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정부가 절대로 증원을 번복하는 일이 없을 것처럼 얘기했는데, 말이 또 달라진다. 이 제안도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고 했다.

예비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고2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지역 대학이 증원된 만큼 그에 맞춰 거주 계획을 짠 가정들도 주변에 있다”며 “지역 발전과 필수 의료를 위해 꼭 필요한 증원처럼 이야기하더니, 정부와 정책을 신뢰할 수가 있겠나”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고등교육법상 입시 사전예고제가 준수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수험생의 기본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의대 증원 논란 당시에도 일부 수험생들은 “입시 사전예고제는 수험생 보호를 위한 조항임에도 갑작스러운 변경으로 법적 이익이 침해됐다”며 증원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정원 동결에 수험생 증가…“입시 경쟁 치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뉴스1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뉴스1

 
입시 전문가들은 올해 입시 경쟁이 예년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2026학년도 입시를 치르는 현역 고3은 ‘황금돼지띠’ 세대로 학생 수 자체가 예년보다 많고, 28학년도부턴 수능 모델이 바뀌기 때문에 재도전하려는 학생들이 줄어들어 경쟁자 자체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고3 학생 수는 40만 6079명이었으나, 올해는 45만 3812명으로 약 5만 명 증가해 최근 5년 내 가장 많다. N수생 수도 2001년 이후 처음으로 2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종로학원 추계에 따르면 올해 N수생은 20만 2762명으로, 2001학년도(26만 9050명) 이후 25년 만에 최대 규모다. 

장지환 배재고 교사는 “이미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증가한 상황에서, 정원 동결로 인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신속한 결정을 내려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