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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에 있는 한 쿠팡 물류센터. 연합뉴스
지난해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절벽에도 쿠팡이 국내 유통기업 중 처음으로 연 매출 40조원을 돌파했다. 롯데쇼핑(13조9866억원)뿐 아니라 이마트·신세계백화점을 거느린 신세계그룹(35조5913억원) 등 전통의 유통 대기업을 뛰어넘은 실적이다. 지난 2023년 창사 13년만에 첫 흑자를 기록한 쿠팡은 2년 연속 6000억원대 영업이익도 거뒀다.
이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은 “혁신의 문화가 수익 개선의 원동력”이라며 “다음 혁신의 물결인 인공지능(AI)를 활용해 앞으로 더 높은 수준의 성장과 수익을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매출 41조 ‘역대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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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쿠팡 지주사인 쿠팡Inc가 2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41조2901억원(302억6800만달러)으로 전년보다 2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6023억원(4억3600만달러)으로 전년 4억7300만달러보다 2.4% 감소했다.
지난해 실적에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1628억원, 2분기)과 통상임금 추정 부담금(401억원, 4분기)이 반영된 것을 감안하면 영업이익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 대법원이 통상임금 산정 범위에 명절 등 정기 상여금이 포함된다고 판결함에 따라, 관련 비용 증가분을 추정 반영했다. 덕평 물류센터 화재 보험금(2441억원) 수령분도 4분기 이익에 반영됐다.
파페치·대만 사업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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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지난해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 ‘파페치’를 인수했다. 홈페이지 캡처
매출 40조 고지를 밟은 데 1등 공신은 해외 사업, 파페치, 쿠팡이츠 등을 아우르는 신성장 사업들이다. 쿠팡 내부에서 ‘성장 사업’으로 분류하는 해당 사업 매출은 4조8808억원(35억69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배로 뛰었다. 지난해 초 인수한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 ‘파페치’가 흑자 전환했고, 2022년 대만에서 시작한 로켓배송 서비스가 궤도에 오르며 실적을 견인했다.
세계 190개국에 진출한 파페치는 1년 전만해도 연간 1조 원대 적자를 기록 중이었다. 하지만 인수 후 플랫폼 기술 사업부를 폐쇄하고 가상 시착 기술 회사를 매각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손실 폭을 줄여갔다. 지난해 파페치의 분기별 EBITDA(감가상각 전 영업이익) 손실은 1분기 411억원, 2분기 424억원, 3분기 27억원으로 대폭 줄었고 4분기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핵심·성장 사업 모두 ‘맑음’
그는 지난해 대만에서 순매출이 전 분기 대비 23% 증가하며 유의미한 성장을 거뒀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한국에서 만든 성공 매뉴얼을 다른 시장에서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대만이 바로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핵심 사업인 커머스의 성장 지표도 긍정적이다. 로켓배송, 로켓프레시 등 프로덕트 커머스 매출은 36조4093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쿠팡에서 한 번이라도 제품을 구매한 고객 수(활성고객수, 쿠팡이츠 제외)는 2280만명으로 전년보다 10% 늘었다. 고객 1인당 매출도 44만6500원으로 6% 증가했다. 구매자 수도, 이들의 결제액도 더 많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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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열린 쿠팡 물류센터 개소식에 김범석 쿠팡Inc 의장과 왕메이화(王美花) 대만 경제부 장관이 참석했다. 사진 쿠팡
“AI 기반 성장 추구”
이는 쿠팡의 롤모델인 아마존과 쿠팡을 추격 중인 네이버의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아마존은 AI로 구매 이력, 검색 패턴, 제품 선호도 등을 분석해 사용자마다 다른 화면을 보여주는 개인화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기능 설명을 선호하는 사용자에게는 제품의 소재나 기능 관련 태그를, 취향 기반 구매가 많은 사용자에게는 사진이나 동영상 중심 리뷰로 화면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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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이르면 다음 달 출시할 인공지능(AI) 기반 쇼핑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이미지. 사진 네이버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I를 활용해 개인화된 쇼핑 콘텐트를 제공하면 이용자의 유입을 늘리고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어 커머스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