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만 쉬어도 200만원"…58년 개띠 '경조사 지옥' 해법

은퇴 후 한 달 생활비, 얼마면 될까요? 부부 기준 적정 생활비로 국민연금연구원은 277만원을, 통계청은 324만원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딱 얼마면 좋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씀씀이나 자녀 독립 유무, 건강 상태 등 변수가 많아서죠. 분명한 건 소득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점. 그래서 월 지출이 수입보다 많으면 안 됩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허리띠를 졸라매다간 신세 한탄에 빠질지 모릅니다. 복병 같은 위험 지출을 막는 게 중요한 인생 후반전,〈은퇴 Who〉가 생활비 가위질의 묘수를 알려드립니다.
정기 인사철을 앞둔 2016년 11월, 휴대전화가 울렸다.

부시장님, 도청 인사국장입니다. 이번에 용단을 내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국장님,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시겠어요?
명예퇴직을 권고하는 전화였다. 58년 12월생, 개띠. 만 60세 법정 정년이 2년 남아 있을 때였다. 1977년 전기 대학에 낙방하고 9급 공무원이 됐다. 고졸 사원으로 시작해 2급 자리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공직 생활 39년 6개월째. 


‘명퇴라…’. 짧은 순간 여러 기억이 머리를 스쳤다. 65년 화성 청룡초등학교 1학년 때 일제고사에서 전교 1등을 해 받은 상장, 77년 공무원 합격통지서, 그리고 여러 공직의 임용 순간들까지. 

사무실 책장에 꽂힌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꺼내봤다. 목차를 보는데 ‘해관(解官)’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벼슬을 내려놓는다는 의미. 목민관으로서 백성을 위해 헌신했던 삶을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제 정리할 때가 온 건가. 그래, 모름지기 관리는 떠남이 있지. 자리에 연연해선 안 된다. 후배를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자’.

경기도 화성시청에서 만난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장진영 기자

경기도 화성시청에서 만난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장진영 기자

이강석(66) 전 남양주시 부시장 얘기다. 갑작스러운 명퇴 결정 후 맞은 인생 후반기. 국민연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더 오래 붓는 공무원연금으로 그는 월 400만원선을 받는다. 2016년 시행된 개정 공무원연금법이 58년 개띠를 비켜간 덕분에 퇴직 즉시 연금이 나왔다. 전업주부였던 아내는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


다행히 명퇴한 2017년 그해 경기도 산하기관인 경기테크노파크 원장직에 공고를 보고 지원해 합격했다. 임기 2년, 연봉 1억1000만원쯤. 재임 동안 연금 지급이 일부 중단됐지만 좋은 여건이었다. 지금은 고향인 화성시에서 시민 옴부즈맨으로 활동한다. 수당을 받는데, 활동이 끝나는 내년 상반기 이후 끊긴다.

은퇴Who 3화 〈목차〉
📌숨만 쉬어도 나가는 생활비 얼마 
📌내 마음 속 회계 따라 지갑 열라 

📌신세 한탄? 처량해 할 틈이 없다 
📌은퇴후 경조사비 줄이려면 이렇게 
※ 〈은퇴Who〉 다른 이야기를 보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①밥 훔쳐먹다 퇴학당한 소년, 23개국 도는 황금노년 비결
②월 80만원에 해외 한달산다…은퇴자들의 여행·골프 성지
은퇴 후 생활비로 넉넉할 것 같지만, 요즘 ‘한잔 하자’는 인사말에도 생각이 복잡해진다. “(본인이 사겠다는 건가, 나보고 사라는 건가) 네, 다음에 자리 한번 하시죠.”


퇴직하고 나니 그 시절 품위 유지가 그립다. 부시장, 원장 시절엔 부담 없이 카드를 긁은 적이 있다. 지금 그랬다가는 당장 ‘빨간불’. 

주변에서 골프 라운딩을 ‘한 달에 4번 갔네’ ‘몇 번 나갔네’ 자랑하는데 전 완전히 끊었습니다. 한 번 나가면 최소 20만~30만원은 깨지잖아요. 실력을 유지하려면 연습장도 정기적으로 다녀야 합니다. 요즘 어깨 힘이 빠져 골프를 잘 칠 것 같지만….(웃음) 
그는 아예 스크린 골프도 끊었다. 2만원 안팎에 즐길 수 있는 여가인데,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문자나 전화로 날아드는 결혼·부고 소식 때문이었는데….

숨만 쉬어도 나가는 생활비 얼마

아내와 함께 장모님을 모시고 사는 그의 가계부는 어떨까. 미혼인 쌍둥이 남매는 독립했다. 보통 한 달에 세 번 마트에서 장을 본다. 쌀값을 포함해 식료품비로 50만원가량 지출한다. 외식비 12만원은 별도. 아내와 데이트도 하고 퇴직 후 집에서 삼시 세끼 다 챙겨 먹는 ‘삼식이’가 되지 않으려 한 달에 네 번 정도 외식을 한다. 보통 3만원가량이면 먹을 수 있는 콩나물국밥이나 곤드레밥집 정도를 간다. 세게 나가도 1인당 2만5000원짜리 한정식.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2006년 담배를 끊었다. 술은 퇴직 후 입에 잘 대지 않는다.

예전처럼 고기 굽고 부어라 마셔라 하지 않죠. 친한 지인을 만나도 낮에 1만1000원짜리 해장국 먹습니다. 반주로 소주 서너 잔 곁들여도 부담 없잖아요.
필수 지출인 아파트 관리비 25만원을 비롯해 부부 통신비 6만원, 중형 SUV 유지비를 포함한 교통비 30만원, 건강보험료로 30만원을 낸다. 개인보험료는 15만원. 의료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큰 편이다. 본인 어깨 치료와 아내 진료비 등을 위해 월 90만원가량 고정적으로 나간다.

은퇴해보니 건강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삶의 질 향상뿐 아니라 의료비 지출 부담을 낮출 수 있어서다. 그래서 매일 새벽 윗몸일으키기를 20회씩 4번 나눠 80회 한다. 전에 쓰던 오래된 가방을 버릴 때 잘라뒀던 어깨끈으로 고정용 발끈을 만들었다. 이게 홈트레이닝이지 뭔가.  

은퇴 이후 적절한 대인 관계도 중요하다. 부시장 모임, 고교 동문회, 지방행정동우회 등 10개 가까운 모임을 유지하고 있다. 1년에 150만원을 내는 모임 회비를 12개월로 나누면 12만5000원인데, 아내 모임까지 더하면 한 달에 21만5000원쯤 지출한다. 지난달에는 고교 입학 50주년을 맞아 30명 가까운 동문들과 전주 한옥마을로 가을 소풍을 다녀왔다. 희끗희끗한 이들이 그 시절 까까머리 10대처럼 검은색 교복을 입고 단체 사진을 찍었다. 

올해 고등학교 입학 50주년을 맞은 수원 수성고 동문들이 전주 한옥마을로 가을 소풍을 갔다. 그 시절처럼 교복을 입고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사진 이강석

올해 고등학교 입학 50주년을 맞은 수원 수성고 동문들이 전주 한옥마을로 가을 소풍을 갔다. 그 시절처럼 교복을 입고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사진 이강석

생활비 중 가장 큰 비중은 경조사비

경조사비로 한 달에 보통 70만원, 많을 땐 100만원 정도 쓴다. 월 생활비 항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40년 가까이 공직에 있으면서 맺은 관계에서 오는 일종의 ‘고지서’다. 고위직인 경기도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산하기관 원장 등을 지냈으니 부하 직원도 많고, 아카데미 등 사회 활동을 하면서 맺은 대인 관계도 챙겨야 한다.

평생 ‘돈’을 만졌던 시중은행 퇴직자 정모(66)씨도 같은 고민이다. 정씨 부부의 현금 흐름은 정씨 앞으로 나오는 국민연금 200만원과 아파트 월세 140만원을 합해 340만원.  

지난해 은퇴 부부의 노후 적정 생활비로 324만원이 적정하다는 기사를 봤는데, 제일 많이 드는 게 경조사비예요. 저 같은 경우 한 달에 40만~50만원 정도 씁니다. 생활비의 15% 가까이 차지하죠. 회사에 다닐 땐 지출 폭이 커도 수입으로 회복할 수 있었는데, 소득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지금은 전혀 달라요. 골프·스크린골프부터 줄였죠. 골프는 관계의 핵심이었는데….
 
(계속)
“인생 하반기엔 절약하고 절약해라” 은퇴 설계 전문가들의 당부입니다.
하지만 경조사비는 은퇴자의 공통 고민거리입니다. 어떤 해법이 있을까요.
“체면치레를 버려라”는 조언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9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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