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변우석'이 K리그1 뒤흔들었다…"3년 내 국대 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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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린 기자 사진 박린 기자
‘늦깎이 대졸 신인’ 이지호는 올 시즌 K리그1 공격 포인트 선두다. [사진 강원 FC]

‘늦깎이 대졸 신인’ 이지호는 올 시즌 K리그1 공격 포인트 선두다. [사진 강원 FC]

“취업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하는 대학교 4학년분들, 저를 보며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프로축구 강원FC의 윙어 이지호(23)는 27일 인터뷰 말미에 문득 이 말을 건넸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K리그1 공격 포인트 1위(2골·1도움, 3개)를 달리는 그는 프로축구에서 보기 드문 ‘늦깎이 대졸 신인’이다. 그렇기에 해줄 수 있는 이야기였다.

요즘 프로축구팀들은 대졸 선수를 반기지 않는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2016년 신인 드래프트가 폐지됐고, 2021년 유망주 육성을 위해 ‘22세 이하 선수 의무출전 규정’까지 강화됐다. 유스팀 소속 고교생 선수나 대학 1·2학년 선수를 뽑는 게 트렌드다. 뒤집어 말하면 대학교 졸업반이 되도록 프로팀 눈에 들지 못하면 사실상 K리그1행은 어렵다.

프로축구 강원의 윙어 이지호. [사진 강원FC]

프로축구 강원의 윙어 이지호. [사진 강원FC]

이지호는 울산 현대고 출신이지만, 축구 국가대표가 즐비한 울산 HD 눈에 들지 못했다. 대학 감독들은 그를 보면 “너 아직도 프로에 안 갔냐”고 물었다. 사실 그는 고려대 3학년이던 2023년에 U리그(대학리그) 득점왕(12골)을 차지했다. 이듬해엔 주장까지 맡았지만, 앞길은 불투명했다. 와신상담한 끝에 지난해 12월 바늘구멍을 통과해 강원에 입단했다. 그는 “솔직히 대학 시절에 초조하지는 않았지만 답답하기는 했다. ‘난 프로에 가서 증명할 준비가 됐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에 입단한 뒤 속된 말로 ‘대가리 박고’ 뛰었다”고 말했다. 정경호 강원 감독은 튀르키예 전지훈련 당시 간절함이 눈에 띄었던 이지호에게 2경기 연속 선발 기회를 줬다.

대구FC와의 개막전에서 어시스트로 정 감독의 기대에 부응한 이지호는 지난 23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경기에서는 2골 몰아쳐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지호는 후반 34분 롱볼이 떨어지자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어 골키퍼까지 제친 뒤 동점골을 터트렸다. 이어 후반 추가시간에 후방에서 롱패스가 넘어오자 몸을 들이밀어 공을 따낸 뒤 골키퍼 키를 넘기는 로빙슛으로 역전골까지 뽑았다.


대학 시절 배우 변우석을 닮아 ‘고대 변우석’으로 불렸던 이지호. [사진 이지호 인스타그램]

대학 시절 배우 변우석을 닮아 ‘고대 변우석’으로 불렸던 이지호. [사진 이지호 인스타그램]

 
대학 시절 배우 변우석을 닮아 ‘고대 변우석’으로 불렸던 이지호는 “경기장에서는 (곱상한) 외모와 달리 과감하게 플레이하는 반전 매력이 있다”며 웃은 뒤 “(정)감독님도 ‘프로에서 생존하려면 강하게 부딪히는 투쟁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고 전했다. 개막을 앞두고 연습경기 도중 코뼈를 다친 그는 “금이 가긴 했는데 참고 뛸 만하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한 축구 팬이 게시판에 ‘고대 호랑이가 이제는 강원도 곰(구단 마스코트)이 됐다’는 글로 이지호를 칭찬했다. 그는 “일기장에 2025년 목표로 ‘개막전 엔트리 들기’와 ‘20경기 출전 및 두 자리 수 공격 포인트’라고 적었다. 그다음 목표는 3년 안에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다. 강원에서 뛰다가 셀틱(스코틀랜드)으로 간 초등학교 친구 (양)현준(23·셀틱)이와 함께 많은 것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시작점이 좀 다를 뿐, 속도가 느리다고 실패한 건 아니다”라며 “책 『꿈꾸는 다락방』처럼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지호
◦ 나이: 23세(2002년생)
◦ 체격: 1m84㎝, 78㎏
◦ 소속팀: 현대중·고-고려대(체육교육학)-강원(2025~)
◦ 포지션: 윙어
◦ 시즌 기록: 2골·1도움(공격포인트 공동 1위)
◦ 좋아하는 선수: 마커스 래시포드(애스턴 빌라)
◦ 별명: 고대 변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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