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혼다는 당초 멕시코 과나후아토에서 차기 시빅 하이브리드(HV) 모델을 생산하려 했지만 이를 미국 인디애나주로 변경하기로 했다. 시빅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혼다의 차종 중 하나다.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혼다는 2027년 11월부터 차세대 시빅 생산에 들어가려 했지만, 미국으로 생산 거점을 바꾸기로 하면서 생산 일정을 2028년 5월로 미뤘다. 이같은 생산 계획 변경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25%)에 따른 결정에 따른 것으로 일본 완성차 기업 중에선 처음이다. 혼다 관계자는 생산 계획 변경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했지만 “수요와 사업 환경을 고려해 글로벌 최적 생산 체제 등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7일 미국 백악관을 방문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4일(현지시각)부터 시작되는 트럼프 관세로 인해 닛산과 마쓰다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세 부과가 이뤄지면 가격 상승에 따라 수요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기업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얘기다. 노무라증권은 특히 이번에 부과되는 관세 25%에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분(10%)이 모두 가격으로 전가되는 경우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평균 가격을 6%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관세가 올해 미국 내 신차 수요를 12% 위축시키는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차량의 30%를 멕시코에서 수입하고 있는 닛산과 마쓰다는 실적 악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닛산은 적자가 악화할 수 있고, 마쓰다의 경우엔 2026년 3월 기준 영업이익이 57%나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세 대책 논의를 위해 미국 방문을 추진하고 있는 무토 요지(武藤容治) 경제산업상은 이번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에 대해 “일본과 미국의 국익이 발전하도록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일본을 지목해 “통화 약세를 유도해왔다”는 발언을 내놓자 일본 정부가 진화에 나섰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재무상은 이날 오전 “일본은 통화 하락을 (유도하는) 대책은 취하지 않고 있다”고 부인했다. 일본 정부가 인위적으로 엔저를 유도하는 정책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로, 그는 “이전 외환 개입을 본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2022년 이후 엔화가 급속도로 하락하자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등 엔저 방어에 나선 바 있다는 얘기다.
일본 정부 대변인격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 역시 이날 오전 회견을 통해 일본이 통화 약세 정책을 시행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환율에 대해서는 가토 재무상과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계속해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약세 발언에 달러당 엔화 가치는 150엔대에서 한때 148.63엔까지 상승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