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의 대미 투자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전쟁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고 한 젤렌스키 대통령 발언을 보도한 기사를 올린 뒤 “이는 젤렌스키가 한 최악의 발언”이라며 “미국은 더는 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사람(this guy)은 미국의 지원이 있는 한 평화(협정)는 원치 않는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공개 충돌 이후 지금까지 제공해 온 군사 원조를 멈추기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 CNN 등 복수의 매체가 이날 미 정부 고위 당국자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종전 합의 매우 빠를 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방안을 놓고 열린 미ㆍ러 고위급 협상 직후 가진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러시아가 평화 협정 체결을 위해 우크라이나의 대선을 원한다는 얘기가 있다”는 물음에 “러시아만이 아니다. 다른 나라들도 하는 얘기”라고 했다. 대선을 통한 젤렌스키 정권 교체론에 힘을 싣는 듯한 발언이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휴전 협정을 계속 거부할 경우 ‘교체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백악관 “시간은 젤렌스키 편 아냐”
일각에선 젤렌스키 대통령이 빠진 상태에서 휴전 협상을 한 뒤 우크라이나에서 대선을 치러 새 지도자가 뽑히면 그와 함께 평화 협정에 서명하는 시나리오를 트럼프 대통령이 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서 발을 빼는 것과 비례해 러시아와의 밀착은 급속도로 진전되는 분위기다. 대(對)러시아 제재 완화 리스트 초안을 마련하라는 백악관 지시로 국무부ㆍ재무부가 목록을 만들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이날 미 당국자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ㆍ러 간 종전 협상에서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김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