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일본처럼 '스팟워커'(Spot+Worker의 합성어)가 늘고 있다. 김씨처럼 '짧게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일하는' 근로자를 뜻하는 말이다. 한두 달 일하는 단기 아르바이트나 프리터족(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보다도 더 짧게 하루에 3~4시간 정도, 1주에 한 두번 '틈새' 일을 하는 게 특징이다.

일본 일자리앱 타이미. '미경험자 가능. 서류 정리나 PC 입력 등의 사무. 10시~16시 8000엔' 같은 하루짜리 초단기 아르바이트 공고가 주로 올라온다.
일본에서 스팟워커는 주요 일자리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타이미는 지난해 12월 가입자가 1000만명이 넘었다고 발표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공모가 기준으로 1380억엔(약 1조3400억원)에 달하는 '몸값'을 받으며 증시에 입성했다. 일본 스팟워크협회에 따르면 타이미를 포함한 중개업체 4곳의 등록인원은 2500만명을 넘어섰다.
한국에서도 급구·당근알바·데일리알바 등 초단기 일자리 중개 플랫폼이 많아지고 있다. 급구를 통해 거래된 일자리는 2017년 1만2480개에서 2024년 335만5000개로 300배 이상 급증했다. 급구 측은 "매해 거래가 평균 285.4%씩 증가 중"이라고 설명했다.
공식통계(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관찰된다. 대표적으로 15시간 미만으로 짧게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주 15시간 미만 근로자)는 2017년 96만명에서 2024년 174만 2000명으로 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스팟워커가 빠르게 증가하는 이유로는 정해진 시간에 일하기보다 ‘내가 원할 때 일하겠다’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자)의 성향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이들을 일자리와 연결하는 플랫폼 등 정보기술(IT)이 접목되면서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근영 디자이너
경직적인 국내 노동법의 '풍선효과'라는 지적도 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초단기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면 사업주들은 주휴수당 등을 주지 않아도 된다"며 "근로자 입장에서는 주 52시간 제한을 피해서 돈을 더 벌려고 스팟워커 일을 하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법 논의가 ‘정규직’과 ‘전통적인 근로자’ 보호에 집중되면서, '스팟워커'처럼 새로운 형태의 근로자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 교수는 "이런 사각지대에 위치한 노동자를 보호할 새로운 법체계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고, 공정거래법 등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