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2월 1일 당시 반기문 전 유엔사문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국회를 떠나고 있다. 중앙포토
22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를 기원하는 국민의힘의 모습을 지켜보다 8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당 밖의 외부 인사에게 기대를 거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다른 점은 당시 반 전 총장을 지원하려던 의원들은 당을 깨고 나가 그를 모실 둥지를 만들어놓고 기다렸다면, 지금은 당 안에서 외부인의 선전을 기대한다는 점이다. 당장 이날 당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하는 1차 경선 컷오프 발표날이었지만, 국민의힘에선 자당 후보가 누가될지에 대한 기대보단 당 밖의 ‘한덕수 추대위’ 발족에 눈을 돌리는 이가 적지 않았다.
이미 한 대행의 등장을 바라는 이들은 특정 후보 캠프로 쏠리고 있다. 대표적인 한 대행 대선 차출론자인 박수영 의원은 지난 17일 김문수 후보 캠프에 합류하며 ‘김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이유 대신 “김 후보를 반드시 경선 1위로 만들겠다”고 했다. 한 대행과 김 후보의 단일화를 전제로 캠프에 합류했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내심 한 대행의 대선 출마를 바라는 이들 상당수가 김 후보 캠프에 둥지를 틀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부작용은 크다. 보수 1위를 기록하던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은 최근 들어 정체를 보이고, 유력 후보였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와중에 경선에 ‘당심(黨心)’ 반영 비율이 높다 보니 보수 지지층에 어필하기 위한 날 선 공방이 오가며 후보 간 감정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홍준표 후보의 “키높이 구두” 공세에 한동훈 후보 측이 “눈썹 문신”으로 응수하는 등 수준 낮은 공방에 경선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대선 승리를 위한 ‘한덕수 차출론’이 이해 안 가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지난 두 번의 대선처럼 자당 후보를 키우지 않고 무작정 외부 인사에 기댔던 대가가 참혹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수십 년 공직 생활을 했던 반 전 총장은 본격적인 검증 공세가 시작되자 20일 만에 무너졌다. 반대로 지난 대선에서 이긴 윤석열 전 대통령은 ‘대망론’에 가려 제대로 된 검증을 받지 않은 탓에 작금의 보수 위기를 초래했다. 무엇보다 한 대행만 바라보고 목을 맸는데, 그가 레이스 도중 갑작스레 멈춰 서면 어쩔 것인가. 8년 전처럼 폭음하며 신세 한탄만 하기엔 국민의힘이 져야 할 책임의 무게가 가볍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