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침묵 속 대통령 추대위 출범…‘24일 D-day’ 나오는 이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2일 서울 명동대성당에 마련된 프란치스코 교황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 앞서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2일 서울 명동대성당에 마련된 프란치스코 교황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 앞서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한국과 미국의 재무·통상 장관 간 ‘2+2 협의’를 이틀 앞둔 22일 “양국 경제·통상 책임자 간 허심탄회한 대화와 협력을 바탕으로 ‘상호이익(win-win)이 되는 해결책’을 마련하는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한 대행이 ‘2+2 협의’ 이후 대선 출마 여부에 관한 입장 표명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번 만남은 우리와의 통상 관계 중요성을 고려한 미국 측 제안으로 성사됐다”며 “통상 협의 및 과학 기술 협력 확대 등을 바탕으로 ‘한·미 동맹’은 미래를 함께 준비하는 더욱 굳건한 동맹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24일(현지시간)열리는 ‘2+2 협의’엔 한국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미국에선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다.

한 대행은 이날도 6·3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총리실 관계자는 “(출마 여부는) 결정된 게 없다. 일단 대행으로서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한덕수 트럼프 통화 [연합뉴스] [중앙포토]

한덕수 트럼프 통화 [연합뉴스] [중앙포토]

 
그러나 정부 안팎에선 한 대행이 24일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한국 시간으로 이날 밤에 열리는 한·미 간 협의를 지켜본 뒤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얘기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른 공직자 사퇴 시한이 5월 4일인 만큼 4월이 끝나기 전엔 출마 여부를 확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한 대행이 미국과의 통상 문제에 거의 전념하다시피 했다”며 “출마 선언을 하더라도 관세 협상을 매듭 짓고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한 대행은 미국과 관세 협의를 앞두고 상세한 협의 내용까지 일일이 보고를 받으며 챙겼다고 한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통상 전문가’ 타이틀이 한 대행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인 만큼 미국과의 협의 성과를 토대로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 대행의 출마 여부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한 대행이 보수 주자 중 선두에 있는 여론조사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CBS 의뢰로 지난 18~19일 무선전화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실시한 차기대선 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한 대행은 10.6%를 얻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46.1%)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대행의 출마 촉구도 이어지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국민추대위원회’는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대행의 출마를 촉구했다. 당초 추대위 참여설이 돌던 고건 전 총리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은 불참했다. 23일엔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범시민사회단체연합이 국회에서 한 대행 출마 촉구 기자회견을 연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5.04.22. 대통령실사진기자단/국민일보 김지훈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5.04.22. 대통령실사진기자단/국민일보 김지훈

  
한 대행 본인은 결정을 미루고 여론조사는 오르는 상황이 이어지자 22일 한 대행을 둘러싼 갑론을박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이 한창이지만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우리 당 최종 후보가 가려지더라도 한 대행과 단일화를 해야 대선에서 승산이 있다”고 했다. 이양수 사무총장은 SBS 라디오에서 “우리 당으로 왔으면 좋겠는데 하는 그런 아쉬움은 있다”면서도 “한 대행이 갖고 있는 정치적 위치는 현 시점에서 함의가 있다. 그것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외곽에 머물고 있는 한 대행에 대한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의 견제도 계속됐다. 홍준표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 대행) 출마를 촉구하는 분들이 전부 민주당 분들”이라며 “한 대행을 출마시켜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민주당의 공세도 본격화됐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에서 “한 대행이 대선 출마를 정해 놓고 졸속 관세협상으로 출마 장사를 하고 있다”며 “노욕을 위해 국익을 팔아먹는 ‘제2의 이완용’이자 윤석열 아바타”이라고 주장했다. “기름칠한 장어대가리”(이재강 의원), “내란 대행 ‘간덕수’”(장종태 의원) 등의 원색적 비난도 이어졌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당과 국회가 결단해 국무총리 탄핵소추를 즉각 추진하자”고 했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한 대행 탄핵에 신중한 입장이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21대 대통령 국민추대위원회 주최로 열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대선후보 출마 요청 기자회견에서 박상섭 공동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뉴스1]

2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21대 대통령 국민추대위원회 주최로 열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대선후보 출마 요청 기자회견에서 박상섭 공동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뉴스1]

 

한 대행, 프란치스코 교황 분향소 조문

 
한 대행은 이날 한국 천주교 서울대교구 명동대성당에 마련된 프란치스코 교황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조문에 앞서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등과 인사하고 위로를 전한 한 대행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천주교회와 전 세계 신자들에게 깊은 영적 가르침과 믿음의 유산을 남기셨다”고 말했다. 이어 “늘 겸손하고 소탈하신 모습으로 가난한 이들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신 프란치스코 교황께 깊은 감사와 애도를 표한다”고 했다고 총리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