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서울시장이 5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핀테크랩에서 열린 '핀테크 스타트업 간담회'에서 핀테크 기업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울시 제공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다가오면서 여권 잠룡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핀테크 스타트업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조기 대선 시 시장직을 유지할 거냐는 물음에 “헌법재판소 결정 뒤 분명한 입장을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부 기자를 대상으로 한 ‘카카오톡 공보방’이 전날 개설된 걸 두곤 “여러 가능성에 대비하는 건 보편 원칙”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전날 규제개혁 포럼에선 “신성장 부총리를 만들어 규제를 제거할 구상이 있다”고 했고, 이달 중순에는 저서 『다시 성장이다』를 발간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날 예방한 오 시장에게 “(성장) 의제를 잘 잡았다. 이 시점에 가장 필요한 것이 성장”이라고 격려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에서 열린 '한동훈의 선택, 국민이 먼저입니다' 북콘서트에 참석하며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5일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 북 콘서트를 열었다. 한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저보고 친중국 정치인이라고 하는데, (북한에서 중국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힌) 간첩법 조항 개정을 처음 이야기한 게 바로 저”라며 “앞으로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은 하나하나 반박하겠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인 6일엔 서울 신촌에서 9개 대학 연합체인 ‘총학생회 공동포럼’과 간담회를 한다. 지난 2일 제2연평해전 연극 관람을 시작으로 공개 활동의 보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달 중순 자신의 페이스북 글 등을 정리한 저서 『꿈은 이루어진다』를 발간한다. 지난 1월 현실 정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은 『정치가 왜 이래』를 발간한 뒤 두 달 만에 다시 책을 내는 것이다. 홍 시장은 5일 페이스북엔 “요즘 아침에 눈 뜨면 또 이사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심란하다”며 “3년 만에 다시 서울로 올라간다면 나는 대한민국 방랑자”라고 썼다. 여권 관계자는 “홍 시장은 탄핵을 반대하지만, 만약 탄핵이 인용되면 바로 조기 대선 채비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홍준표 대구시장(가운데)이 2월 28일 오전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열린 제65주년 2·28민주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2·28찬가를 제창하고 있다. 왼쪽은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오른쪽은 강은희 대구교육감. 뉴스1
여권의 다른 잠재적 대선 주자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4일 안중근의사기념관을 방문해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만난 데 이어 5일 박형준 부산시장과 회동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라디오와 TV 인터뷰에 적극 나서 자신의 중도 확장성을 강조하고 있다. 탄핵을 반대하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개별 행보는 자제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탄핵 선고 결과에 따라 김 지사가 결단할 시점이 올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처럼 조기 대선이 확정되기도 전에 ‘대선 모드’가 펼쳐지는 건 현 시점이 골든타임이란 판단이 깔렸기 때문이다. 만약 탄핵이 인용되면 두 달 안에 대선을 치러야 하고, 결국 당내 경선을 치를 시간은 길어야 한 달여라 시간이 빠듯하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탄핵 선고 전까지 주어진 며칠 간의 대기 상태가 여권 주자들에겐 사람을 만나고 존재감을 알릴 최후의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