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학년도 1학기 개강일인 4일 서울시내 한 의과대학 도서관이 텅 비어 있다. 뉴스1
지난 4일 한 영남권의 한 대학은 의대 재학생 100여명과 총장, 교무처장, 의대학장 등이 참석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학교 관계자들은 “수업을 들어오지 않은 학생들에게 남은 건 제적 혹은 유급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 대학 학칙은 신입생의 첫 학기 휴학을 허용하지 않고, 재학생은 3학기 이상 연속 휴학이 불가능하다. 어길 경우 출석일수·학점 미달로 유급 또는 제적될 수 있다.
정부가 수업을 거부한 의대생에 대해 “올해는 원칙대로 유급·제적 처리한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각 대학도 학칙 등을 들어 의대생들의 수업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학생들과의 간담회, 면담, 서한을 통해 경고하거나 기숙사 퇴소 등 실제 불이익을 주고 있다.
학교들, 전방위로 복귀 압박
5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의 대부분이 지난 3일 개강했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수업 거부는 신학기에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2024학번 이상 의대생 1만8326명 중 1만7695명(96.6%)이 휴학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이와 관련, 수도권 소재의 한 사립대는 최근 의대 학장 명의로 학생들에게 안내 메일을 보내고 입학 후 1년 휴학 불가, 복학 불이행 시 제적 처리 등의 방침을 밝혔다. 학교 관계자는 “올 초 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주요변화 평가에서 증원상황에서도 교육에 문제가 없음을 인정받았음에도 학생들이 잘못된 정보에 휘둘리고 있다”며 “지난해처럼 ‘학교에서 알아서 휴학을 배려해 줄 것’이라고 알고 있는 학생이 대부분이라 사실을 알렸다”고 했다.
이날 학년별 면담을 돌며 학생 설득을 시도했던 충청권 의대 학장도 “(3학기 연속 휴학이 가능하도록) 학칙을 나 혼자 바꿀 수도 없으니, 작년처럼 (휴학이 가능 가능할 것으로) 믿지 말라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전국 상당수 대학 의과대가 개강한 4일 오전 새 학기 수업을 시작한 대전의 한 대학 의대 실습실이 텅 비어 있다.연합뉴스
최근 국립대 9곳은 대학 총장의 명의로 “학사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학생들에게 보냈다. 호남권의 한 대학 총장은 서한에서 “25학번이 지난해처럼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24학번들이 받았던 피해를 똑같이 반복하게 될 것”이라며 “24학번은 학칙상 첫 학기 일반휴학이 불가하다는 이유로 수업에 참여하지 않은 신입생들이 F학점을 받았고 등록금도 반환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전용 기숙사인 제중학사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이날 학교 측은 재학생에 한해서만 기숙사에 입소할 수 있다는 내규에 따라 1학기 휴학한 의대생들에게 제중학사에서 퇴소할 것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뉴스1
연세대는 의대생 전용 기숙사 ‘제중학사’에서 1학기 휴학계를 낸 학생들에게 퇴소를 통보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재학생만 입소할 수 있다는 내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학칙 적용 여부 감사”…학생은 "못 간다"
학생들의 수업 거부가 계속되면 이달 말 상당수 대학에서 집단 유급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교육부는 대부분 의대가 수업 일수 4분의 1이 지나는 이달 말부터 출석 일수 미달로 'F'를 줄 수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F를 받은 과목이 누적되면 유급 처리되며, 유급이 쌓이면 제적으로 이어진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칙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는 대학은 감사 혹은 조사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의대생의 복귀 움직임은 요원하다. 한 25학번 의대생은 “아직은 선배들이 여전히 투쟁하고 있기 때문에 수업엔 가고 싶어도 못 간다”고 했다. 비수도권에 있는 한 의대 학장은 “‘학사 원칙 적용’ 방침을 밝힌 후 학생들로부터 다수의 협박 메일을 받았다”며 “아직은 대다수 학생이 강경한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