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쓰기엔 작고, 편의점 쓰기엔 크고...'SSM의 덫' 걸린 홈플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까지 이른 데는 지난해부터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추진해온 매각이 난항에 빠진 영향이 크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모건스탠리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홈플러스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만 떼어 내 매각하는 분할 매각을 추진해왔다. 당시 홈플러스는 SSM 매각 대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고 온라인 인프라‧서비스를 강화해 실적 개선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인수 후보자를 찾지 못했다. 지난 4일 기업회생절차 개시로 홈플러스 자산이 일시 동결되면서 현재 매각은 중단됐다.

308개 매장을 거느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SSM 시장 점유율(매장 수 기준)은 20%가 넘는다. GS더프레시(점포 531개)나 롯데슈퍼(352개)에 이은 3위다. 이마트 에브리데이(250개)가 뒤를 잇는다. 국내 SSM 시장은 그나마 다른 오프라인 유통 채널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준대규모점포(SSM) 매출은 전년보다 4.6% 증가했다. 편의점(4.3%)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백화점(1.4%), 대형마트(-0.8%) 순이다. SSM은 대형마트보다는 주거지와 가까운 편이고 소량 판매와 신선제품이 많다는 장점이 있다. 

수도권에 있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 전경. 중앙포토

수도권에 있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 전경. 중앙포토

 
그런데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새 주인을 못 찾았다. 유통업계에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애매함’을 원인으로 꼽는다. 대개 SSM 매장은 660~990㎡(약 200~300평) 크기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SSM 확장기에 차별화를 위해 역세권을 중심으로 198~330㎡(약 60~100평) 크기의 작은 매장을 출점했다. 

신선식품을 강화하면서 넉넉한 진열 공간이 필요한 SSM업계에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너무 작다’고 평가한다. 반면 평균 매장 크기가 66㎡(약 20평)인 편의점 업계는 ‘그 정도는 너무 크다’고 본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도 냉랭하다.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을 인수한다면 물류센터로 활용할 용도일텐데, 창고로 쓰기에는 점포 크기가 너무 작다”고 말했다.  


신규 출점이 거의 어렵다는 점도 인수 대상으로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예컨대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북가좌점과 GS더프레시 북가좌점이 600m 간격으로 나란히 있다. SSM 업계 관계자는 “SSM 출점 제약으로 신규 출점이 쉽지 않아 성장성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SSM 직영점 비중이 70%로 크다는 점도 인수자의 부담을 키우는 요소다. 1위인 GS더프레시의 경우 직영점 비중은 20% 수준이다. 가맹 수수료를 받는 가맹점에 비해 직영점은 운영 부담이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