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최대 족적 ‘스타링크’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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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이목이 집중된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광물 협정. ‘거래의 기술’을 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 원조 중단에 이어, 더 치명적인 압박 카드를 고려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거래를 마무리할 회심의 카드, 다름 아닌 스타링크다. 일론 머스크가 만든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는 전쟁 중에도, 그리고 종전 협상에 있어서도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 군인과 민간인에게 ‘디지털 생명줄’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 우리가 매일 걱정 없이 쓰는 인터넷이, 미국이 원하는 우크라이나의 희귀 광물만큼이나 소중한 자원으로 취급되는 것. 그런 스타링크가 곧 한국에도 상륙한다. 미리 보는 스타링크 ‘인 코리아(in Korea)’부터 우주 저궤도 비즈니스가 바꿀 미래까지, 모두 짚어봤다.

스페이스X
과거에도 이런 시도를 한 곳이 있다. 하지만, 재활용 로켓 기술로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 사실상 처음 상업용 서비스를 제대로 구현한 곳이 스타링크다. 현재까지 약 7000개 위성을 띄웠고 3년 안에 1만2000개, 2030년까지 4만 개 이상을 띄울 계획. 이 위성을 이용해 지상 기지국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오지나 개발도상국, 전쟁터나 재난 지역에서도 초고속 인터넷을 쓸 수 있게 했다. 이미 전 세계 114개국에서 500만 명 이상이 이용 중이다.
◆‘인터넷 강국’ 한국에는 왜?=곧 한국 출시도 앞두고 있다. 늦어도 상반기 안엔 서비스할 전망이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속도와 안정성을 자랑하는 한국엔 인터넷 오지도 거의 없는데, 스타링크를 어디에 쓰려는 걸까. 의구심이 들 수도 있지만, 사실 땅 위를 벗어나면 사각지대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대표적인 게 해상. 기지국이 있는 섬에서 멀어진 배는 모두 인터넷 사각지대가 된다. 정지궤도 위성을 이용할 수 있지만 느리고 잘 끊긴다. 스타링크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미 한국해운협회는 국가 필수 선박 300척에 스타링크 서비스 도입을 추진 중이다.

스타링크 단말기(안테나)
◆한국 통신사들, 괜찮을까?=기지국은 땅에, 위성은 하늘에 있지만 기본적으로 인터넷을 제공한다는 건 스타링크나 통신사나 같다. 다만 한국 통신 시장에 당장 경쟁자가 하나 더 생긴다고 보긴 어렵다. 이미 통신 3사 인프라가 미치지 않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 결정적으로 스타링크를 이용하려면 위성과 연결하는 단말기가 필요하고, 요금제도 10만원 이상으로 개인이 쓰기엔 부담스럽다. 단말기 없이 휴대전화로 직접 위성과 연결하는 ‘다이렉트 투 셀’(DTC) 기술은 아직 개발·시험 중인 단계다. 당장은 해양·군사·원격산업 등 B2B(기업 간 거래) 영역에서 주로 쓰이는 것이다.
다만 B2B 영역에서 통신사 간 새로운 경쟁을 불러 일으킬 수는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3사 모두 스타링크 서비스를 재판매하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고, 다른 관계자는 “이미 물밑에선 대형 해운업체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하고 있고, 3사 간 눈치싸움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기존 통신시장은 3강 구도가 굳어져 과거처럼 경쟁이 치열하지 않지만, 스타링크 B2B 시장은 처음 판이 깔리는 만큼 뜨거운 경쟁이 펼쳐질 수 있는 것.
또 미래에 6세대(G) 통신 시대가 시작되면 스타링크가 국내 통신 시장을 뒤흔들며 통신 3사와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도 있다. 스타링크가 오지만 담당하는 부수적 수단을 넘어, 국내에서도 주력 통신 서비스로 탈바꿈할 수 있기 때문. 6G를 구현하려면, 위성을 통한 3차원 통신망 구축이 필수다. 변강일 울산과학기술원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저궤도 위성통신은 기술적으로 6G의 핵심 요소와 거의 동일하다. 전파 방향을 바꿔주는 ‘빔포밍’ 기술도 스타링크의 핵심 중 하나인데, 이게 6G 표준 기술이 될 유력 후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저궤도 위성은 머지않아 시작될 자율주행, 그리고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시대 핵심 기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자율주행차 사고를 줄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면 모든 차들과 도로 인프라가 서로 연결돼야 한다. 하늘을 나는 UAM은 잠시라도 지상 기지국과 멀어져 통신이 끊기는 순간, 곧바로 사고 위험에 직면한다. 지연이나 끊김 없이 어느 곳에서든 연결돼 있어야 하는 것. 저궤도 위성과 기술적 궁합이 딱 맞는다.
◆미·중·EU 무한 경쟁, 한국은?=꿈 같던 저궤도 위성 프로젝트가 스타링크를 통해 현실화하자 각국도 중요성을 알아채고 너나 할 것 없이 뛰어 들고 있다. 중국은 국가 차원 대규모 계획을 통해 스타링크를 추격 중.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중국판 스타링크로 불리는 ‘궈왕(國網)’ 프로젝트를 위한 첫 번째 위성그룹 발사에 성공했고 2035년까지 1만3000개 위성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미·중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기관과 민간기업이 힘을 모아 290여 개 위성으로 구성된 다중 궤도 위성통신망을 자체 구축하기 위한 ‘아이리스2(Iris 2)’ 프로젝트에 약 15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지상 통신망 강자인 한국은 2030년까지 6G 표준 기반 저궤도 위성을 띄우는 걸 목표로 하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이 올해 시작됐다. 예산은 3200억원가량. 다만,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들었다고 보기엔 부족하다. 목표로 삼은 위성은 2기에 불과하다.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스타링크 등과 경쟁하는게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에서 천문학적 돈을 쓰는 걸 낭비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통신 장비 사업을 하는 중소기업도 많고 6G 관련 시장을 위해서라도 일정한 기술 확보는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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