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분야 사망에 '반의사불벌' 추진…150일내 중과실 판단

수술실 모습. 사진 픽사베이

수술실 모습. 사진 픽사베이

정부가 중증·응급 등 필수의료 분야 진료 도중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선 의료진의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불기소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특히 환자가 사망하더라도 유족과 합의하면 의료진을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 특례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보건복지부는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의료사고안전망 구축방안을 밝혔다. 이는 의료계 숙원이었던 필수의료 사법리스크 경감에 대한 정부의 초안이다. 그간 의료계는 의료진 7명이 사건 발생 5년 만인 2022년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등을 거론하며 의료사고에 따른 소송 부담을 필수의료 기피 원인으로 지목해왔다. 

강준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 과장(의료사고안전망전문위원회 간사)이 정부의 의료사고안전만 구축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유튜브 캡처

강준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 과장(의료사고안전망전문위원회 간사)이 정부의 의료사고안전만 구축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유튜브 캡처

정부는 환자가 다친 상해 정도(결과)에 따라 의료진 책임을 따지는 지금과 달리, 앞으로는 의료진 과실의 경중(원인)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형사 기소 체계를 전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환자가 의료진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 기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을 중상해까지 폭넓게 인정할 방침이다. 사망 사고에서도 환자 측과 합의가 있다면 의료진이 불기소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사망 사고는 유족 전원이 동의해야 반의사불벌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 필수의료 사망 사고에선 사고 긴급성과 구명 활동 등을 고려해 의료진의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하는 규정을 둔다. 이 같은 특례는 미용·성형과 같은 비필수과 진료는 해당하지 않는다. 강준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 과장은 이날 발제를 통해 "필수의료 사망사고에서 의료진을 불기소하는 방안은 의료계와 환자 입장이 대립해 향후 국회 입법과정에서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의료사고 수사의 특성을 반영해 의료계·법조계·수요자 추천 전문가가 참여하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칭)'를 만들어 신속한 수사체계를 마련한다. 검·경이 사건 접수 30일 내로 심의를 요청하면 심의위는 최대 150일 안에 의학적 감정에 따른 필수의료·중과실 여부를 각각 판단한다. 

중대 과실이 아닌 의료사고로 판단되면 기소 자제를 권고하기로 했다. 강 과장은 "기소 자제 권고에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수사 당국이 이를 존중해 기소하지 않도록 하는 법제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의위 판단 전엔 소환조사도 자제된다. 

의료사고 분쟁을 빠르게 해결하기 위한 배상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의료기관 개설자의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보험(공제) 가입을 의무화한다. 현재 대한의사협회의 의료배상공제조합 가입률은 의원 33%, 병원·종합병원 37%에 그친다. 고위험 필수의료와 관련해 5억원 이상 고액 배상이 가능해지고, 공적 배상기구 신설도 추진한다. 

6일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의료사고안전망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채혜선 기자

6일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의료사고안전망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채혜선 기자

정부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을 통해 이 같은 의료사고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의사와 환자 양측이 만족하는 실행안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중대한 과실이 아닌 경우 불기소 처분을 확대하는 방식은 매우 부적절하다"라며 "불기소 처분을 남발할 우려가 있어 환자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희경 서울대병원 교수는 "단순 과실도 처벌해선 안 된다. 의료사고는 형법 체계가 아닌 면허 관리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용진 강서구의사회장은 "의사도 사람이라 실수할 수 있다. 처벌 자체에 반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