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서울 한 주유소 모습. 뉴스1
올해 1월에 이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이후 1%대를 유지하다가 올 들어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기름값ㆍ먹거리 가격이 주로 올랐다. 다만 최근 들어 국제유가가 내리면서 올해 물가 상승률은 물가안정목표(2%) 수준에 머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일 통계청은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 상승했다고 밝혔다. 품목별로 보면 우선 석유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6.3%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률 중 0.24%포인트를 끌어올렸다. 석유류는 지난 1월에도 7.3%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김주원 기자
국제유가는 1년 전보다 내렸지만, 원화가치가 함께 하락(환율 상승)하며 국내 석유류 가격을 밀어 올렸다.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해 2월 평균 81.72달러(배럴당)에서 지난달 74.95달러로 하락했는데, 환율 역시 지난해 2월 평균 1331.37원(달러 대비)에서 올해 2월 1445.58원 수준으로 변동했다. 여기에 올해 초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축소한 것도 석유류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외식 가격도 전년 동월 대비 3% 상승했다. 지난해 6월(3.0%)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외식 물가는 원재료 가격 상승과 인건비 부담 등 영향으로 치솟았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일부 외식업체에서 배달 여부에 따라 가격을 차별화하는 이중가격제를 운영한 것도 외식 가격 상승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률은 1%로 둔화했지만, 지난해 워낙 큰 폭의 상승률을 이어왔던 탓에 지수 상으로는 127.19(2020년=100)로 높았다.
국민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인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6% 올랐다.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10월(1.2%) 이후 오름세를 이어오고 있다.
다만 최근 국제유가의 하락으로 향후 국내 물가 추가 상승 압력은 일부 약화할 전망이다. 브렌트유는 5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배럴당 68.33달러까지 하락해 2021년 12월 이후 3년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오는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TI) 역시 전장 대비 1.95달러(2.86%) 급락하며 배럴당 66.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한 ‘관세 전쟁’이 세계 경제 활동을 둔화시켜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에 국제유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먹거리 중에서도 가격 상승 둔화를 체감할만한 품목이 늘어날 수 있다. 계절·기상조건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55개 품목을 집계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4% 내리며 35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무(89.2% 상승)·배추(65.3%) 등 노지 채소의 가격 강세는 여전했지만, 전반적인 농산물 가격은 1.2% 하락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높은 환율 수준 등 상방 요인과 낮은 수요 압력 등 하방 요인이 엇갈리면서 2월 전망 경로대로 목표 수준(2.0%)에서 등락할 것”이라면서도 “물가 전망 경로 상에는 지정학적 정세·주요국 통상 갈등·환율 움직임·내수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기획재정부는 “향후 환율·기상 여건 등에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농수산물 비축·방출과 할인 지원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