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美 식탁물가 우려에…농무장관 “일부 예외 검토”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식품 매장 모습. 신화=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식품 매장 모습. 신화=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입 농산물 관세 부과가 미국 가정의 식탁 물가를 직격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브룩 롤린스 미 농무부 장관이 "일부 농산물에 대해 예외 조치를 검토하겠다"며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멕시코의 모든 물품에 일괄 부과되는 25% 관세에서 특정 농산물을 예외로 면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롤린스 농무장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후 "모든 것이 논의 중"이라며 "농산업을 위한 구체적인 관세 면제 및 예외 조항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트럼프 행정부는 자동차 업계의 요청에 따라 캐나다·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한 달간 연기하기로 했는데, 농산물 역시 같은 조치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4일부터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25% 관세가 시행되자 양국에 생산기지를 둔 미국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는 등 파장이 커졌다. 그러자 트럼프 행정부가 시행 하루만에 예외 조치를 내리고 향후 추가 면제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식료품 가격, 하늘로 치솟을 것"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앞으로가 더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일부터 외국 농산물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미국의 식품 수입이 급증해 농업 무역 적자가 심각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그는 지난 4일 트루스소셜 게시물에서 미국 농부들을 향해 "미국에서 팔릴 많은 양의 농산물을 준비해 두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의 식품 수입 의존도가 큰 상황에서 관세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블룸버그는 "(트럼프의 관세는) 이미 하늘 높이 치솟은 미국의 식품 가격을 훨씬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입 농산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과일과 채소, 멕시코에서 주로 수입되는 설탕과 커피 가격이 오를 거라는 분석이다.

농산물 관세는 육류와 과자, 주류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은 최근 극심한 가뭄으로 목초지가 줄어 들어 캐나다·멕시코 등에서 소고기 수입을 크게 늘렸는데 여기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소비량이 큰 술도 마찬가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디아지오 등 주류 업체는 멕시코에서 데킬라를, 캐나다에서 위스키를 대량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몬델레즈 인터내셔널의 '오레오' 쿠키 공장은 멕시코에 있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로 미국의 마트, 식품회사, 레스토랑 체인 등이 가격 인상을 검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최대 유통업체인 타깃의 브라이언 코넬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며칠간 멕시코산 과일과 채소의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CNBC에 말했다. 미 전역에 3000개 이상의 매장을 둔 패스트푸드 체인점 치폴레는 아보카도의 절반을 멕시코에서 들여오는데, 관세로 인해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밝혔다

농가도 직격탄…"옥수수 800만t 취소 위기"

미국 아이오와주 애크론 인근의 옥수수밭 풍경.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아이오와주 애크론 인근의 옥수수밭 풍경.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농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 멕시코 등에 판매하기로 했던 수백만 톤의 미국산 농작물 계약이 취소될 위기라고 이날 블룸버그가 전했다. 농무부에 따르면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와 수출 계약을 맺은 미국산 옥수수·대두·밀 등 약 1200만t이 지난달 20일 기준 아직 배송되지 않은 상태다. 

이들 국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맞서 보복 관세를 예고했다. 중국은 이달 10일부터 미국산 농산물에 10~1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캐나다·멕시코도 대응을 예고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특히 멕시코에 대한 미국산 옥수수 수출 계약 취소는 미국 농가에 치명적이다. 멕시코가 아닌 다른 국가에선 옥수수의 운송비가 비싸져 가격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료에 대한 관세도 미국 농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농가에서 쓰는 칼륨 비료의 90%는 수입산으로 이 중 대부분이 캐나다에서 수입되고 있다. 이 때문에 공화당의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아이오와)은 트럼프 행정부에 비료에 대한 관세 면제를 요청했다. 이와 관련, 롤린스 장관은 관세 면제 대상으로 칼륨 비료를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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