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행정 조치로 반도체 R&D 인력 '주 52시간' 예외 마련"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11일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과 관련해 국회 입법이 아닌 노동부 지침 개정 등 행정 조치를 통해 특별연장근로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경기도 성남시 판교 동진쎄미켐 R&D 센터에서 '반도체 연구개발 근로시간 개선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장관은 "업계 얘기를 들어보면 현행 특별연장근로 3개월은 R&D 성과가 나오기엔 짧은 기간"이라며 "6+6개월 정도면 기업들도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가 싶다. 행정 조치여서 오래 걸릴 것도 없다"고 말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11일 경기 성남시 판교 동진쎄미켐 R&D센터에서 열린 '반도체 연구개발 근로시간 개선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11일 경기 성남시 판교 동진쎄미켐 R&D센터에서 열린 '반도체 연구개발 근로시간 개선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장관은 "작년 11월 평택 삼성반도체에서 간담회를 가졌는데 불과 3∼4개월 만에 상황이 훨씬 더 나빠진 것 같다"며 "그 짧은 시간에 반도체뿐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 전반에 굉장히 어려움이 많다"고 우려했다.


김 장관은 "반도체는 기술 전쟁이라고 하지만 또 속도전"이라며 "속도에서 빨리 앞서지 않으면 후발 주자와 격차를 유지할 수도 없는데, 이런 때에 우리가 근로시간 문제를 갖고 이렇게 오래 밀고 당기고 할 줄 저는 몰랐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여야가 국회에서 다 해준다고 해놓고 지금 전혀 진도가 안 나가고, 노동조합에서 반대한다고 하는데 일자리가 없는 데서 노동조합이 과연 존재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며 "우리 모두를 위해 지금 이 족쇄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안덕근 장관도 "반도체 전쟁은 기술 전쟁이고, 기술 전쟁은 결국 시간 싸움"이라며 "반도체 특별법은 국회에서 계속 논의를 진행하되 정부 차원의 비상 대책을 우선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지금 중국은 우리 주력인 메모리 분야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고, 대만은 더 멀리 더 빠르게 달아나고 있는 형국"이라며 "원조 반도체 강국인 미국과 일본도 국운을 걸고 반도체 생태계 복원을 추진 중인데 우리나라만 주 52시간제라는 규제에 발목이 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반도체 특별법에 근로시간 특례가 규정돼 있다고 언급하고 "이 조항을 반대하는 야당의 비협조에 가로막혀 국회 논의 자체가 기약 없이 연기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안 장관은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근로시간 문제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며 "간담회 결과를 토대로 근로자 건강권을 보장하면서 근로시간 관련 업계의 애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신속하게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종합 반도체 기업과 동진쎄미켐, 주성엔지니어링, PSK, 솔브레인, 원익IPS 등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리벨리온, 텔레칩스, 퓨리오사 등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등 경제단체 관계자도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