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종전 '초읽기'…웅크린 석화·車·가전·건설업계 '기대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2차 세계대전 후 ‘라인 강의 기적(서독)’, 6·25 한국전쟁 후 ‘한강의 기적(대한민국)’. 전쟁을 치른 국가는 종전 후 ‘기적’으로 불리는 경제 부흥을 기대한다. 트럼프의 압박으로 종전을 기대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도 재건과 경제 부흥이 가능할까. 현지에서 사업 기회를 찾는 한국의 석유화학·자동차·정보기술(IT)·건설 업체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10∼12일(이하 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대표단과 종전 및 미국-우크라이나 광물 협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루비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지난달 28일 백악관 정상회담 당시 ‘노 딜(no deal) 파문’에 따른 갈등을 봉합하고 종전 협상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급파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우디에 도착한 뒤 X(옛 트위터)에 “(미국과 회담에서) 현실적인 결과가 나오길 희망한다. 우크라이나의 입장은 완전히 건설적”이라고 적어 종전 기대감을 키웠다.

국내 산업계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특히 반도체·자동차에 이어 한국 수출 품목 ‘빅3’로 꼽히는 석유화학 업계의 기대가 크다. 러시아가 석유 매장량 세계 8위, 천연가스 매장량 1위 국가라서다. 전쟁 기간 러시아의 값싼 나프타(납사)는 대부분 중국으로 흘러 들어갔다. 나프타는 플라스틱·고무 등 석화 제품을 만들 때 필요한 기초 원료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종전으로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가 풀릴 경우 한국 석화 업체도 러시아산 원료를 값싸게 들여올 수 있다”며 “(종전 이후라면) 한국도 중국과 석화 원가 경쟁을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구가 1억4000만명에 달하는 러시아 시장 자체도 매력적이다. 러시아 문이 다시 열릴 경우 직접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하는 국내 기업 중 하나가 현대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전쟁 직전인 2021년 한국의 대(對)러시아 자동차 수출 비중은 25.5%에 달했다. 같은 해 러시아 자동차 판매 순위에서 러시아 현지 기업 라다(35만714대)에 이어 기아(20만5801대)와 현대차(17만1811대)가 각각 2·3위를 기록할 정도로 선전했다.

가전 업계도 기대가 크다. 전쟁 이전까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러시아 시장에서 각각 스마트폰·가전 1위 사업자였다. 전쟁 이후 현지 공장 가동을 중단하자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대로 추락했다. 가전 시장에서 LG의 빈자리는 중국·튀르키예 등 업체가 메웠다. 종전에 따른 반등을 기대하는 이유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따른 호재도 기대한다. 지난달 한국토지주택연구원이 펴낸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진출을 위한 전략 수립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종전 후 우크라이나 주택·기반시설·산업시설 등 재건에 4863억 달러(약 700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침체한 건설 업계에 새 먹거리가 될 수 있다. 전쟁 기간 현대건설은 우크라이나 보리스필 국제공항공사와 공항 재건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삼성물산은 우크라이나 리비우시와 스마트시티 개발 협력 MOU를 각각 맺었다.

우크라이나 재정 상황이 나쁜 점은 변수다. 재건 비용을 스스로 조달하기 어려운 만큼 불확실성이 크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과거 이라크전 재건 사업에 비춰볼 때 공사 지연 및 미수금 발생, 프로젝트 취소 등을 겪을 수 있다”며“사업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종전 후 발 빠르게 움직여 재건 사업의 안전판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