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 1000원 육박… 기업들 '엔화 대출 상환 행렬'

일본 엔화 가치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11일 외환시장에서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94.21원을 기록했다. 원/엔 환율이 990원을 넘은 것은 2023년 4월 27일(1,000.26원) 이후 처음이다. 사진은 11일 서울 김포공항 은행 환전소 모습. 연합뉴스

일본 엔화 가치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11일 외환시장에서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94.21원을 기록했다. 원/엔 환율이 990원을 넘은 것은 2023년 4월 27일(1,000.26원) 이후 처음이다. 사진은 11일 서울 김포공항 은행 환전소 모습. 연합뉴스

 
일본 엔화 가치가 계속 강세를 보이자, 엔화로 돈을 빌려 쓴 국내 기업들이 최근 대거 대출 상환에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한 데다,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올라 이자 부담도 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 7일 기준 엔화 예금 잔액은 총 724억엔으로 집계됐다. 지난 7일 엔화 환율(980.32원)로 계산하면 약 7098억원 규모다.

5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해 8월 말 778억엔에서 12월 말 731억엔, 올해 2월 말 725억엔까지 6개월 연속 줄고 있다.

지난해 2월 말(802억엔)과 비교하면, 1년여 사이 10% 가까이 잔액이 축소된 셈이다.


엔화로 돈을 빌리는 차주는 장기 시설자금을 충당하거나 수입 대금을 치르기 위해 돈을 빌리는 기업 등 법인이 대부분이다.

최근 엔화 대출 감소는 일본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나 엔화 강세 기대와 맞물린 것이라는 게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7월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0~0.1%에서 0.25%로 높였고, 올해 1월 다시 0.5%로 인상했다.

여기에 지난 5일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가 "경제와 물가가 예측대로 움직이면 정책금리를 계속 높이겠다"고 밝혀 추가 인상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일본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 지표가 되는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6일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6월 이후 약 16년 만에 처음으로 1.5%까지 상승했다.

원화 대비 엔화 가치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850원대로 바닥을 친 원/엔 환율은 이후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추세적으로 상승해 최근 1000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