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티슈진 “관절염 치료제 블록버스터 신약 될 것…FDA 허가 문제 없어”

노문종 코오롱티슈진 대표가 11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에 있는 코오롱티슈진 본사에서 개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록빌=김형구 특파원

노문종 코오롱티슈진 대표가 11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에 있는 코오롱티슈진 본사에서 개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록빌=김형구 특파원

“지금까지 약이 없어서 고생하시던 관절염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데 대해 의학적으로 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노문종 코오롱티슈진 대표이사는 11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 본사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TG-C의 개발 상황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코오롱티슈진은 코오롱그룹이 글로벌 시장 공략을 목표로 1999년 6월 미 현지에 본사를 설립한 바이오기업이다.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한 무릎 골관절염 분야 혁신적 치료제 TG-C는 지난해 7월 미 FDA(식품의약국) 임상 3상 투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추적 관찰을 진행 중이다. 미국 환자 1066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투약 절차 이후 내년 7월까지 2년간 추적 관찰을 거친 다음 2027년 1분기에 미국 내 상업 판매를 위한 ‘품목 허가’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무릎 골관절염 분야 혁신 신약 가운데 사실상 품목 허가 절차만 남겨둔 것은 TG-C가 유일하다.

싱가포르 공장 활용…트럼프 관세 최소화

코오롱티슈진은 특히 미 현지 기업이란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관세 정책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TG-C 품목 허가가 결정되면 코오롱티슈진은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회사인 론자(Ronza)의 싱가포르 공장을 상업화 초기 단계의 생산 기지로 활용할 예정이다. 권순욱 코오롱티슈진 상무는 “싱가포르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있고 대미(對美) 무역 적자국인 만큼 상호 관세가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코오롱바이오텍 등으로 생산처 다변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코오롱티슈진은 트럼프 행정부가 규제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혁신 신약 승인 절차 역시 순조롭게 이뤄질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미 FDA의 신약 승인 건수는 트럼프 집권 1기 이전인 2008~2017년 연 평균 36건이었다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7~2019년 1.5배 수준인 55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FDA의 신약 허가 건수가 70건 정도로 더 증가할 것으로 코오롱티슈진은 보고 있다.

“연 매출 4조 이상 신약 기대”

11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에 있는 코오롱티슈진 본사에서 한 연구원이 극초저온 냉동고에서 꺼낸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TG-C의 1액과 2액 샘플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록빌=김형구 특파원

11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에 있는 코오롱티슈진 본사에서 한 연구원이 극초저온 냉동고에서 꺼낸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TG-C의 1액과 2액 샘플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록빌=김형구 특파원

FDA의 품목 허가라는 최종 관문까지 통과하고 시장에 본격 출시되는 시기는 2028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오롱 TG-C가 1차 진출을 목표로 하는 미국 내 관절염 환자수는 총 3800만 명 정도로 추정되며 이 중 골관절염 치료 대상은 대략 700만~800만 명으로 집계된다. 이 중 4% 정도인 약 30만 명이 골관절염 치료제 TG-C를 선택할 경우 최소 1만 달러로 예상되는 시판 가격을 감안할 때 시장 규모가 30억 달러(약 4조3560억 원)에 이르는 셈이다. 전승호 코오롱티슈진 각자 대표이사는 “골관절염 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3조8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며 연평균 약 5.3%씩 성장해 2031년 5조5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본다”며 “코오롱티슈진은 TG-C를 연 매출 4조 이상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에 이르기까지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코오롱생명과학은 TG-C의 전신격인 ‘인보사’라는 제품명으로 2017년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아 정식 출시했지만, 2019년 3월 FDA 임상 3상 진행 과정 중 세포 기원 착오를 발견하고 이를 자발적으로 신고했다. 인보사 후속 치료제인 TG-C는 관절에 필요한 연골세포로 이뤄진 1액과 연골세포 증식을 촉진하고 염증 완화 특성을 가진 TGF-β1 유전자가 포함된 2액으로 구성되는데, 2액에 사용된 세포가 기존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임을 인지한 것이다. 이로 인해 같은 해 5월 미국 내 임상 절차 보류 결정이 났고 국내에서도 그해 7월 인보사의 품목 허가 취소 처분이 내려졌다.

그러나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적극적 소명 끝에 2020년 FDA 임상 3상 재개 결정을 받았고, 2024년 1000명이 넘는 대규모 임상 투약 절차까지 차질 없이 마칠 수 있었다. 한국 식약처는 명시된 적법 행위를 제외한 모든 행위를 제재 대상으로 삼는 ‘포지티브 규제’ 방식이지만, 불법 행위를 제외한 모든 행위를 가능한 것으로 보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택하는 미 FDA를 상대로 1년에 가까운 과학적 검증 절차를 진행한 뒤 얻어낸 결실이었다.

‘인보사 성분 논란’ 지난해 무죄 판결

11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에 있는 코오롱티슈진 본사에서 임상의 호프 박사가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TG-C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록빌=김형구 특파원

11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에 있는 코오롱티슈진 본사에서 임상의 호프 박사가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TG-C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록빌=김형구 특파원

인보사 국내 라이선스를 가진 코오롱생명과학과 이우석 전(前) 대표이사는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은 주성분과 실제 사용된 성분의 차이를 이유로 2020년 기소됐지만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당시 “인보사 성분 착오에 대해 미국은 과학적 검토 후 임상을 재개하도록 했지만 한국은 수년간 법적 분쟁만 계속하고 있다”며 “과학적 분야에 대한 사법적 통제는 어떻게 진행돼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볼 문제”라고 무죄 판결 이유를 밝혔다.

노 대표는 TG-C의 FDA 품목 허가 전망에 대해 “임상 3상에서 임상 2상 결과나 한국에서 했던 (임상) 결과만 재현돼도 품목 허가를 받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가장 큰 허들은 넘었고 한두 걸음 남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 내 재출시 계획과 관련해서는 “한국에서 TG-C가 다시 판매되기 위해서는 식약처 허가가 필요하다”며 “시판 허가 취소에 대한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식약처와의 협의 등이 추가로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