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경쟁? 신경전?…전선 ‘빅2’ LS전선·대한전선 갈등 고조

LS전선이 해저 케이블을 시공하고 있다. LS전선 제공

LS전선이 해저 케이블을 시공하고 있다. LS전선 제공

LS전선과 대한전선의 특허침해 소송 2심에서 LS전선이 승소했다. 특허법원 24부(부장 우성엽)는 13일 LS전선이 대한전선을 상대로 낸 특허침해 손해배상 등의 청구 소송 2심에서 LS전선 청구를 일부 인용하고, 피고인 대한전선의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대한전선이 LS전선에 4억9623만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의 1심 선고를 깨고 배상액을 15억여원으로 높였다.

LS전선 측은 2심 직후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 핵심 기술을 지키기 위해 기술 탈취 및 침해 행위에 대해 단호하고 엄중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전선 측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LS전선은 2019년 8월 대한전선을 상대로 “대한전선이 제조, 판매하는 ‘버스덕트(Busduct)용 조인트 키트’ 제품이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냈다

국내 전선업계 ‘톱2’인 LS전선과 대한전선의 갈등이 가열하고 있다. 법정 공방은 물론이고 최근 대한전선의 모기업인 호반이 LS 지분을 매입하는 등 ‘장외 전’으로 확대하는 모양새다. 전선은 전력 에너지를 운반하는 필수재다. 양사가 미래 먹거리를 두고 벌이는 경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오랜 갈등에 따른 앙금이 ‘신경전’으로 번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호반은 법정 갈등을 겪는 미묘한 시점에 LS 지분을 매입했다. LS전선은 비상장사다. 모회사인 LS가 지분 92.26%를 갖고 있다. 상법상 지분 3% 이상을 확보하면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 주주제안, 이사·감사 해임 청구, 회계장부 열람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LS 경영진을 향한 공세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호반 관계자는 “전선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한 단순 투자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호반의 LS 지분 매입 소식이 알려진 이 날 LS 주가는 장중 20% 이상 급등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둘은 시장 주도권을 두고 충돌할 운명이었다. 포화한 내수 시장에서 LS전선은 부동의 1위, 대한전선은 2위다. 하지만 격차가 빠르게 좁혀진 상황이다. 2020년만 해도 국내 5개 전선사 매출에서 LS전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였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점유율은 37.6%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대한전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22%에서 29.3%로 늘었다.


‘1위 수성’에 나선 LS전선은 해외 진출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LS전선은 올해 4월 미국 버지니아주에 미국 최대규모 해저 케이블 공장을 착공한다. 2027년 준공 예정이다. 해저 케이블은 인공지능(AI)과 전기차로 인한 전력수요 증가, 노후 케이블 교체 등에 따라 미래 먹거리로 떠올랐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CRU는 세계 해저 케이블 시장 규모가 2022년 49억 달러(약 6조4000억원)에서 2029년 217억 달러(약 29조5000억원)로 늘어난다고 전망했다.

호반은 다급한 상황이다. 주력 계열사인 호반건설이 건설 경기 침체를 맞아 어려워서다. 호황을 맞은 대한전선에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다. 대한전선도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2023년 12월엔 유럽에서 해상풍력 포설선을 인수했다. 해저케이블 시공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5월에는 충남 당진 해저케이블 1공장 1단계 건설을 완료했다. 2027년까지 2공장 준공을 목표로 세웠다. 싱가포르에서 8000억원 규모 초고압 전력망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지난해 4분기에만 1조7000억 원 규모 수주고를 달성했다.

‘호반 2세’인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 사장이 대한전선 경영 전반을 챙기고 있다. 호반은 지난 2021년 대한전선을 인수했다. LS도 과거 대한전선 인수를 시도하다 독과점 논란에 물러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