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에서 연출과 주연을 맡은 마쓰시게 유타카가 13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012년부터 TV도쿄에서 방영되며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고독한 미식가’ 시리즈가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19일 개봉)로 재탄생해 관객을 만난다.
시리즈에서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 역을 맡아온 배우 마쓰시게 유타카(松重豊·62)가 각본·주연·연출을 맡았다.
시리즈에서 고로는 식당에서 음식을 맛있게 먹은 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라는 독백을 남기면 끝이었지만, 영화는 그의 맛집 탐방에 특별한 사연을 부여한다. 드라마 형식이지만 사실상 절반은 다큐멘터리였던 시리즈에 극적 구조를 장착한 것이다.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에서 연출과 주연을 맡은 마쓰시게 유타카가 13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마쓰시게는 13일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에서 '고독한 미식가'가 사랑받고 있다는 점은 길 걷다가도 실감한다. 한국 젊은이들이 더 재밌게 즐겨주시는 듯 하다"면서 "영화를 한국에서 상영하게 돼 기쁘면서도 두근두근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에서 고로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마쓰시게는 영화 ‘도쿄!’(2009)에서 인연을 맺었던 봉준호 감독에게 연출을 부탁했었다. "일본 영화의 틀을 넘어 큰 스케일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었다. 하지만 봉 감독이 “일정 때문에 어렵지만 작품이 완성돼 성공하기를 바란다”며 고사하자, "다른 감독에게 맡기느니 그냥 내가 하자고 마음 먹게 됐다"고 했다.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는 인기 시리즈 '고독한 미식가'의 첫 극장판이다. 사진 미디어캐슬
마쓰시게는 "말은 안 통해도 표정과 동작 만으로 마음이 전해지는 상황을 표현하고 싶어 3년 전부터 한국 영화를 봤는데, '소리도 없이'(2020)를 보고 이 배우라고 직감했다"며 "기대 이상의 연기를 해줘 일본 관객들도 그가 등장하는 장면이 영화의 피크라고 입을 모은다. 그가 출연해 준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몸매 유지 비결에 대해선 "살 찌는 거 의식하지 않고 김치·낫토 등 발효 식품을 즐기며 살고 있다. 덕분에 내장이 늘 활발하게 움직여 살이 찔 틈이 없다"고 답했다.
배우로서 30년 이상 연기해 온 그에게 첫 연출을 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묻자 "완전히 몰입된 상태에서 작품을 만들고 나니, 어떻게 하면 관객이 극장에 오게 할 지 고민이 된다"며 흥행에 대한 부담을 토로했다. 감독의 눈으로 자신의 연기를 평가해 달라는 질문엔 "상상을 넘어서는 놀라운 연기는 절대 하지 않는, 그럭저럭 잘하는 배우다. 그래서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에서 고로가 한국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을 입국심사 직원(유재명)이 쳐다보고 있다. 사진 미디어캐슬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는 인기 시리즈 '고독한 미식가'의 첫 극장판이다. 사진 미디어캐슬
영화에서 황태가 중요한 식재료로 등장한다. 일본 생선을 넣었을 때 뭔가 모자랐던 국물 맛이 황태로 인해 더 감칠맛 나고 깊어진다. 마쓰시게는 "도쿄 긴자의 북어국 가게에서 명태 맛을 봤는데, 익숙하지만 국물로 먹어본 적 없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영화의 테마 식재료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의 음식 문화 차이에 대해선 '매운 맛'을 들었다. 부산과 가까운 일본 규슈 북부에서 자랐다는 그는 "생선과 해조류가 비슷하지만, 한국엔 일본인이 낼 수 없는 맛과 요리가 있다"면서 "한국에서 고추를 활용하는 점이 일본 음식 문화와의 가장 큰 차이다. 매운 맛을 아주 좋아하는 내게 한국 요리는 동경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고독한 미식가'와 먹방 콘텐트의 차이에 대해선 "단순히 맛있다는 걸 전달하는 게 아니라, 맛 있었던 기억을 표정과 공백을 통해 시청자들과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이 '고독한 미식가'의 훌륭한 점"이라며 "순간적으로 느끼는 맛있음에 거짓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먹는 행위를 통해 공감, 놀라움 등 다양한 감정이 생겨난다. '고독한 미식가'에서 중년 남자 고로가 먹기만 할 뿐인데, 다들 재밌다고 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성시경과 함께 넷플릭스 예능 '미친맛집'에 출연 중인 마쓰시게는 "한국 예능계에 진출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작품을 통해 한일 양국 협력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 영화보다 앞서 있는 한국 영화를 배워야 합니다. 양국은 가까운 나라이고, 앞으로 세상에 어떤 파도가 닥쳐올지 모르기 때문에 운명 공동체로서 협력해야 합니다. '고독한 미식가'가 양국의 인연을 이어가는데 기여한다면, 그 또한 제 인생의 사명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