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씀이는 줄여도 사교육 늘렸다…서울 고3 월 106만원 역대 최대

1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학원가를 한 학생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학원가를 한 학생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가계가 전반적인 씀씀이를 줄이면서도 사교육비 지출은 크게 늘렸다. 지난해 사교육에만 29조원 넘게 썼는데 4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했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초중고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중·고 학생에게 지출된 사교육비 총액은 29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7% 증가했다. 2021년부터 4년째 역대 최고 기록을 썼다. 연간 소매판매액지수가 2022년부터 3년 연속 내리막길일 정도로 가계는 지갑을 닫았지만, 사교육비는 아끼지 않았다.

저출생으로 학령 인구가 크게 줄었는데도 사교육비 총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지출액은 더욱 빠른 속도로 불어났다는 얘기다. 지난해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액은 1인당 47만4000원으로 전년보다 9.3% 증가했다. 사교육을 아예 받지 않은 학생을 제외하고 조금이라도 받은 경우로만 한정해 계산하면 수치는 더욱 올라간다. 지난해 사교육 참여율은 역대 최고치인 80%로 전년보다 1.5%포인트 상승했다. 이번 통계를 낼 때 늘봄학교·방과후학교 비용, EBS 교재비, 어학연수비 등은 제외했다. 이 비용까지 포함하면 가계의 체감 사교육비 부담은 더 커진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학생 1명당 사교육비 지출이 빠르게 불어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심화한 탓이다. 사교육 업계의 마케팅 기법이 갈수록 고도화되는 영향도 있다. 강의 과목을 세분화하는 ‘쪼개기’가 대표적이다. 가계 대부분이 자식을 1명만 키우면서 ‘아낌없이 공부할 수 있게 해주자’는 인식이 퍼지고, 다른 가계가 사교육비를 많이 쓰는 걸 보며 ‘우리 애도 뒤처질 수 없다’며 동조하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교육부는 분석했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이 대폭 늘어나고, 올해 고1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 등 교육 제도의 변화도 사교육을 부채질한 것으로 풀이된다.

늘어난 사교육비는 저소득층에게 더 큰 부담이 됐다. 지난해 월평균 소득이 300만원 미만인 가계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20만5000원으로 전년보다 12.3% 올랐다. 반면 월소득이 800만원 이상인 가계의 월 사교육비는 67만6000원으로 0.8% 느는 데 그쳤다. 그런데도 소득 수준에 따른 사교육 양극화 현상은 여전했다.


서울 대 지방의 사교육 양극화도 이어졌다. 지난해 서울에서 사교육에 참여한 고3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역대 최고치인 106만7000원에 달했지만, 전남은 47만6000원으로 반토막 수준이었다.

고등학생들의 경우 성적이 상위일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많았다. 지난해 상위 10% 이내 학생은 월평균 66만5000원을, 하위 20% 이내 학생은 37만원을 썼다. 김현기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사교육을 받은 학생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건지, 공부 잘하는 학생이 더 많이 공부하기 위해 공교육과 더불어 사교육도 받는 건지 등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가계의 사교육비 부담이 커진 건 내수 경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른 부문 소비를 덜하기 때문이다. 저출생 문제도 악화시킨다. 2023년 12월 한국경제인협회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늘어난 사교육비는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아이 수)이 하락하는 데 26% 정도 기여를 했다. 1인당 월평균 실질 사교육비가 1만원 오르면 합계출산율은 0.012명 감소한다는 의미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입시 정책이 수시로 바뀌어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에 사교육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며 “장기적인 정책 로드맵을 제시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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