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알고도 어음 팔았나…금감원, 홈플러스 채권 주관사 신영증권 검사

금융감독원이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신영증권과 신용평가사 2곳(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에 대한 검사를 시작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계획과 신용등급 하락을 미리 알고서도 채권 발행을 강행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13일 금감원은 “언론 등에서 제기된 여러 의혹과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이날 오후 4시 기업어음(CP) 등의 인수 증권사인 신영증권과 신용평가사에 대한 검사를 착수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필요하면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에 대해서도 살펴볼 것”이라며 “MBK도 금감원 검사 대상이다”고 했다.

기업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홈플러스가 ‘홈플런’ 세일 종료 후 13일부터 26일까지 ‘앵콜 홈플런’ 등 인기 상품 위주의 추가 할인행사를 이어가며 현금 확보에 나섰다. 뉴스1

기업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홈플러스가 ‘홈플런’ 세일 종료 후 13일부터 26일까지 ‘앵콜 홈플런’ 등 인기 상품 위주의 추가 할인행사를 이어가며 현금 확보에 나섰다. 뉴스1

 
금감원이 확인할 의혹은 홈플러스와 금융사들이 신용등급 강등과 기업회생절차를 미리 알고도 채권 발행을 강행했는지다. 이에 대해서는 현재 홈플러스와 금융사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다. 우선 홈플러스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지난달 25일 오후 4시경 신용평가사 한 곳의 실무담당자로부터 당사 예상과는 다르게 신용등급이 한 등급 하락하게 될 것 같다는 예비평정 결과를 전달받고 재심의 신청 의사가 있는지 확인 요청을 받았다”면서 “등급 하락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어 다음날인 26일 오전 바로 재심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인지한 지난달 25일에 자금조달을 위해 카드사에 납부할 이용대금채권을 기초로 820억원 규모의 자산 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했다. 홈플러스 측 설명이 맞다면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알고서도 자금을 조달했다는 의심을 살 수 있다. 다만 홈플러스 측은 “25일 지급이 이뤄진 매입채무 유동화는 하루 전날인 24일 승인이 완료된 것으로, 25일 오후 신용평가 예비 평정 결과를 통보받기 전에 이뤄졌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홈플러스 측은 오히려 신용등급 ‘A3’에서 ‘A3-’로 강등이 확정된 지난달 28일에 신영증권 기업금융(IB) 실무자를 만나 등급 강등 사실을 공유하며, 자금 조달 수요까지 문의했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측은 “당시 신영증권은 ‘A3-’를 사줄 시장이 있는지 돌아가서 파악해보고 알려주겠다고 했고, 나중에 돌아온 답변은 ‘기존 수요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거였다”면서 “이는 오히려 기업회생절차를 미리 계획하지 않았음을 입증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홈플러스는 예상치 못한 신용등급 강등 이후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영증권 측은 홈플러스의 이런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신영증권 측은 “ABSTB 시장은 등급만이 아닌 기업, 신용보강 가능성, 유동성, 금리 등을 고려해 평가되는 시장이므로 신용등급 변동만으로 수요 변동을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신영증권은 오히려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강등을 사전에 알고도, ABSTB를 발행했다며 형사고발까지 검토하고 있다. 


양측 공방이 계속하는 가운데 결국 정확한 사실관계는 금감원 검사를 통해 밝혀질 전망이다. 한편 김병주 MBK 회장과 김광일 MBK 부회장(홈플러스 공동 대표), 금정호 신영증권 사장은 오는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채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