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심판 선고 앞두고 헌재 일대 긴장감 최고조…"경찰력 총동원"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앞의 모습. 헌재 직원 등을 제외한 일반 보행자의 통행이 제한됐다. 건너편에선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기각'을 연호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수민 기자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앞의 모습. 헌재 직원 등을 제외한 일반 보행자의 통행이 제한됐다. 건너편에선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기각'을 연호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수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탄핵 찬성·반대 양측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경찰은 헌법재판소 인근 경비 태세를 강화하는 등 경찰력을 총동원해서 불법 폭력 사태에 대비하겠단 방침이다.

14일 서울 종로구 헌재 일대 곳곳엔 투명 아크릴로 된 경찰 방호벽이 설치되고, 시민 통행이 제한됐다. 헌재 재판관에 대한 테러 모의가 온라인상에 올라오는 등 안전 우려 상황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경찰도 경비 태세를 한층 높인 것이다. 경찰은 헌재 본관 앞을 경찰 버스 3대로 가로막아 차 벽을 세웠고, 담장 일부 구간에는 철조망을 설치했다. 헌재 인근 안국역~재동초 앞 삼거리에선 시민들의 통행이 일부 제한됐고, 헌재 정문에선 직원이나 출입 기자 등 관계자만이 신분 확인 과정을 거쳐 통행할 수 있었다.

14일 헌재 정문 앞. 경찰 방호벽이 설치되고 통행이 제한됐다. 이수민 기자

14일 헌재 정문 앞. 경찰 방호벽이 설치되고 통행이 제한됐다. 이수민 기자

 
이에 일부 시민 및 인근 자영업자 등은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헌재 인근 카페에서 일하는 김모(34)씨는 “안국역에서 나와 5분이면 걸어왔을 길을 차 벽 사이를 지나며 건너편 인도로 돌아서 와야 했다”며 “통행이 쉽지 않으니 종일 손님도 없다”고 말했다. 헌재 인근 빵 가게로 향하던 한 외국인은 당황한 표정으로 경찰에게 “지나갈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왔던 길을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헌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경찰의 통행 제한에 거세게 반발했다. 성조기를 흔들던 한 지지자는 “어제까지만 해도 지나다녔는데 오늘은 왜 안 되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방호벽 앞에 돗자리를 펴고 누워 “(경찰이) 못 가게 막으니 도시락이라도 시켜달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안국역 사거리에선 탄핵 찬성·반대 행진 인파가 차도를 사이에 두고 서로에게 욕설 및 비난을 보내면서 한때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담장에 철조망이 설치돼있다. 연합뉴스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담장에 철조망이 설치돼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인력을 총동원해 만일의 불상사에 대비한단 방침이다. 이날 오후 이호영 경찰청 차장(청장 직무대행)은 각 시·도 경찰청 지휘부 등이 참여하는 상황점검 회의를 열고 탄핵 심판 선고 당일 ‘갑호비상’을 발령하겠다고 밝혔다. 갑호비상이란 가장 높은 단계의 비상근무 체제로, 경찰력 100% 동원이 가능하며 경찰관들의 연차 휴가가 중지된다. 선고 전날엔 갑호비상 전 단계인 ‘을호비상’을 통해 전국에 비상근무를 발령할 예정이다. 지휘관·참모는 지휘 선상에 위치해야 하고, 비상연락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


아울러 경찰은 헌재 및 재판관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서 전담 경호대와 형사, 경찰특공대를 전진 배치하기로 했다. 국회·법원·수사기관 등 국가 주요 기관과 언론사, 각 당사 등에도 기동대가 배치된다. 전국 기동대 337개 부대, 2만여 명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들은 과격·폭력 시위에 대비해 보호복을 착용하고 캡사이신 등 방어 장비를 휴대한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탄핵 선고 대비 상황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직무대행은 "선고 당일은 전국에 '갑호비상'을 발령, 서부지법과 같은 불법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뉴스1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탄핵 선고 대비 상황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직무대행은 "선고 당일은 전국에 '갑호비상'을 발령, 서부지법과 같은 불법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뉴스1

 

민간 총기 출고 금지, 헌재 일대 드론 비행 제한 

민간 총기 출고도 탄핵 선고 전후 금지된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선고 전일 자정부터 선고일로부터 3일 후 정오까지 경찰관서에 보관 중인 민간 소유 총기 8만6811정의 출고를 금지했다. 전날부터 헌재 일대는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돼 드론 비행이 제한된다. 불법 비행 시엔 전파 차단기 등을 통해서 현장에서 드론을 포획하고, 조종자는 처벌할 방침이다.

경찰은 지자체·소방 등 유관기관과도 긴밀히 협조해서 응급 상황에 대비한단 계획이다. 행정안전부는 서울 광화문·시청·종각·종로3가·경복궁역과 부산·대구·대전·광주 등 집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곳에 현장 상황 관리관을 파견해서 지휘소를 운영한다. 인파가 몰리면 지하철역 출입구를 폐쇄하고, 지하철을 무정차 운행한다. 소방청은 각 지역에 구급차를 배치하고, 종로구청은 불법 노점 및 노상 적치물 정비에 나섰다.

경찰이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당시보다 대비에 만전을 기울이는 건 지난 1월 19일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 등 폭력 사태가 앞서 실제 벌어진 상황 등을 고려한 것이다. 이날 오후 헌재 내부 등 안전 관리 현황을 직접 살펴본 이호영 직무대행은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해서 대비하고 있다”며 “헌법기관의 기능을 침해하려는 불법‧폭력 행위는 예외 없이 엄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주변에 경찰 차벽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주변에 경찰 차벽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한편 경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암살 계획을 제보받았다는 민주당 측 요청에 따라 이재명 대표의 신변 보호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제보 내용이 사실이라면 엄중한 사안인 만큼 구체적인 신변 보호 방식 등에 대해 민주당 측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