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상품권 스캔들’에 '퇴진 요구 타이밍' 고민 들어간 日 야당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의 상품권 스캔들에 일본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집권당인 자민당 보수파를 중심으로 퇴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한편 야당에선 불신임안 제출 등 퇴진 요구 타이밍을 놓고 고민에 들어가는 등 이시바 스캔들에 따른 유불리 계산에 들어간 형국이다.

지난 14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지난 14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버티기 들어간 이시바 총리

이시바 총리는 버티기에 들어갔다. 지난 3일 총리 공저에서 자민당 초선 의원 15명과 회식을 하고 10만엔(약 98만원)의 상품권을 비서를 통해 돌린 사실은 인정했지만 ‘위법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16일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전날 나가노(長野)현을 방문해 “(국민) 이해를 얻었다고 생각은 안 한다”면서 “이해를 얻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비로 사서 전달한 상품권은 인정했지만 ‘정치활동’이 아니니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셈이다. 일본 정치자금규정법은 정치 활동과 관련해 개인이 정치인에게 금전 등을 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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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활동인가 아닌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14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답변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14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답변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본 언론들은 정치활동이 아니라는 이시바 총리의 발언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당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과 2명의 부장관이 동석한 회식에서 나온 이시바 총리와 의원들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3일 회식에서 “1기생(초선의원)의 일은 2기생(재선의원)이 되는 것이라고 들었다”며 자신의 도쿄와 돗토리현을 오간 자신의 초선 시절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나는 선거를 좋아한다. 여러분들도 선거를 좋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한 의원과의 대화에서 총리는 “이번 참의원 선거는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고도 했다. 간담회 후반 의원들로부터 “우리들은 모두 이시바 칠드런(children)”이라고 말하거나 “전원 이시바파다”라는 발언이 나왔다. 

선거 앞두고 셈법 저울질

이시바 총리가 ‘사실은 인정하되, 위법성은 설득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나서면서 일본 여야는 유불리 계산에 들어갔다. 지지통신은 이날 야당이 '퇴진 요구’ 타이밍을 놓고 고민에 들어갔다고 전하면서 야당 측에 “약체화한 이시바 정권을 ‘살리지도 죽이지도 않은’ 상태로 선거를 치르고 싶다는 타산이 비친다”고 평했다. 불신임안 제출에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데엔 이런 배경이 있다는 얘기다. “총리가 자민의 '얼굴'인 것이 좋다”(입헌민주당 관계자)는 얘기가 나오는 데엔 올 7월 참의원(상원) 선거가 있다는 것이다. 
여당인 자민당도 고민인 것은 마찬가지다. 올해 4월부터 적용되어야 할 예산안 통과가 남아있는 데다 ‘포스트 이시바’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치러진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가 대패했지만, 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대체 인물이 없던 것도 영향이 컸다. 지지통신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 내에서 옛 파벌이나 총리 경험자간의 회합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어 여론 추이에 따라 퇴진론이 단숨에 퍼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시바 총리 지지율은 상품권 스캔들로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니치신문 조사(15~16일)에서 이시바 총리 지지율은 전월 대비 7 %포인트 하락한 23%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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