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라고 해주십사" 지지 호소…'선거법 위반' 5선 정동영 벌금 70만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전북 전주시병)이 19일 전주지법에서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 의원은 이날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전북 전주시병)이 19일 전주지법에서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 의원은 이날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檢, 400만원 구형…법원, 사전선거운동만 유죄 선고 

지난해 4·10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 수백명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여론조사 전화가 오면) 20대라고 해주십사” 등 지지를 호소하는 발언을 했는데도 이를 부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동영(72)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전북 전주시병)이 1심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형이 확정되더라도 금배지를 지킬 수 있게 됐다.

전주지법 형사11부(부장 김상곤)는 19일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정 의원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지난해 9월 기소된 지 6개월 만이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결심 공판에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400만원을 구형했다. 선출직 공직자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직위를 잃게 된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박정·정동영·김태년·한정애·전현희 의원 등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란 수괴 윤석열 파면 촉구 국회의원 도보 행진'을 하며 광화문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박정·정동영·김태년·한정애·전현희 의원 등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란 수괴 윤석열 파면 촉구 국회의원 도보 행진'을 하며 광화문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허위사실 공표는 무죄 

재판부는 사전 선거운동 혐의에 대해 “피고인은 연설 도중 ‘총선에서 표를 달라’고 명시적으로 요구하진 않았으나 당시 발언 경위나 의미를 보면 당선을 목적으로 지지를 구하는 표현을 했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허위 사실 공표 혐의는 무죄로 봤다. “피고인이 기자에게 한 답변 취지나 태도, 당시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기자회견) 당시 피고인에게 허위 발언에 대한 인식이나 고의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5선인 정 의원은 22대 국회의원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아닌 시기에 지역구 한 공동주택 위탁관리 업체 종무식(2023년 12월 13일)과 시무식(2024년 1월 9일)에 참석, 확성 장치를 이용해 200명 넘는 직원(선거구민)에게 총선 출마 각오를 밝히며 지지를 호소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정 의원은 2023년 12월 해당 업체 종무식에서 “20대는 죽으라고 (여론조사) 전화를 안 받는다. 받아도 여론조사라고 하면 끊어버린다. 여러분이 20대를 좀 해주십사”라고 발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의원이 지난해 11월 14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 이재명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의원이 지난해 11월 14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 이재명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동영 “국민 대변자 역할 수행”

정 의원은 지난해 3월 4일 전북자치도의회 기자회견장에서 “마이크를 들고 ‘여론조사에서 20대로 대답해 투표해 달라’는 말을 한 사실이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음해이고 엉터리 제보”라고 답변한 혐의도 받는다. 정 의원은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사흘 뒤 “정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농담성 발언이었는데, 진중치 못한 처신이었음을 인정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당시 경선 상대였던 김성주(61) 전 의원은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은 닉슨 대통령이 부정한 사실을 부인했기에 하야까지 간 것”이라며 정 의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날 선고 직후 정 의원은 “법원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국민의 대변자로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했다.

▶2승 1패…정동영, 전주고·서울대 후배 김성주와 악연
정동영(72) 국회의원은 지난해 4·10 총선에서 득표율 82.08%로 5선 고지에 올랐다. 전북 순창에서 태어난 정 의원은 MBC 기자·앵커 출신으로, 1996년 15대 총선 때 전주 덕진구(현 전주병)에서 처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이후 16·18(재보궐)·20대 의원을 지냈다.

전주병은 당내 경선이 본선보다 더 치열했다. 정 의원과 이 지역구 현역인 김성주(61) 의원의 '리턴 매치'로 주목받았다. 두 사람은 전주고와 서울대 국사학과 선후배 사이다.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경쟁자로 맞붙었다.

2016년 20대 때 전주병에서 당시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한 정 의원이 재선을 노리던 민주당 김성주 의원을 989표(0.75%) 차이로 이겼다. 2020년 21대 땐 민주당 김성주 후보가 민생당으로 출마한 정 의원을 큰 표차로 이기며 전주병을 탈환했다. 본선에서 1승씩 주고받은 두 사람은 지난해 3월 13일 세 번째 대결(경선)에서 정 의원이 김성주 후보를 꺾고 본선에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