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를 비롯한 시민사회 활동가 등이 지난해 11월 1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전세사기 가해자 엄중처벌 판결 확정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깡통전세’로 20·30세대 73명 62억 가로채
A씨는 2019년 9월부터 2023년 5월 사이에 부산 소재 오피스텔ㆍ원룸 건물 등 9채에 전세를 놔 임차인을 모집한 뒤 이들 가운데 73명의 보증금 62억원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의 사회 초년생으로, 1인당 피해액은 7000만원~1억35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과거 부산시에서 국장 및 시 산하 공공기관 대표 등 고위 직책을 맡았던 인물이다. 그는 범행 과정에서 일부 임차인에게 본인이 이런 공직자 출신인 점 등을 강조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가 자본력이나 계획 없이 보증금을 돌려막는 방식으로 전세 계약을 계속 이어가던 중 오피스텔 등 전세사기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세입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보증금을 내줄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으로 본다. 이에 대해 A씨는 “처음부터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려고 의도한 것은 아니다”라며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서 위조해 금융기관도 속여

부산경찰청 전경. 사진 부산경찰청
이들 60개 호실의 실제 보증금 총액은 64억원인데, 계약서를 고쳐 보증금 총액을 23억원으로 낮추는 수법으로 A씨가 대출을 받았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대출받은 돈 중 상당 부분은 보증금 반환 대신 A씨의 다른 채무 변제 및 생활비 등에 사용된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대출 금액이 5억원이 넘어 A씨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함께 적용했다. 전세 및 대출 과정에 도움을 준 것으로 의심되는 공인중개사 B씨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오피스텔ㆍ원룸 등 임대 건물 담보대출 때 임대인이 계약서 등을 내면, 금융기관은 임차인을 대상으로 실제 보증금 등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대출을 내준다. 이에 A씨가 계약서를 위조해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담보 대출 때 이런 확인이 이뤄지도록 금융위원회에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