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쇼핑 사이트 '데일리 패스트(Daily Fast)' 관동지사의 팀 매니저 나시모토 코우(왼쪽, 오카다 마사키)와 센터장으로 부임한 후나도 엘레나(미쓰시마 히카리). 둘의 뒤로 물건들이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이동하고 있다. 사진 블루라벨픽쳐스
26일 개봉하는 영화 ‘라스트 마일’은 유통 산업 현장을 배경으로 한 서스펜스 드라마다. 라스트 마일이란 제품이 고객과 닿는 마지막 지점을 뜻하는 업계 용어. 블랙프라이데이 전날 글로벌 쇼핑 사이트 ‘데일리 패스트(Daily Fast)’에서 배송된 택배가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새롭게 ‘데일리 패스트’의 관동지사 센터장으로 부임한 후나도 엘레나(미쓰시마 히카리·満島ひかり)와 팀 매니저 나시모토 코우(오카다 마사키·岡田将生)가 사태 수습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과정에서 ‘데일리 패스트’에 숨겨져 있던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고, 숨겨진 폭탄을 찾는 과정은 더욱 긴박해진다.
일본에서 지난해 8월 개봉한 ‘라스트 마일’은 드라마 ‘언내추럴’(2018)과 ‘MIU404’(2020)의 각본가 노기 아키코(野木亜紀子)의 신작이다. 이 작품을 위해 전작부터 함께한 감독 쓰카하라 아유코(塚原有子)와 배우들, 주제곡을 부른 가수 요네즈 켄시(米津玄師)까지 모였다. 드라마 팬들의 지지에 힘입어 현지 개봉 후 5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 지난 14일엔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최우수 각본상을 받는 등 주목 받았다. 국내에서도 개봉 전 주말인 22일과 23일 진행되는 프리미어 상영회가 예매율 88%(20일 기준)를 기록하는 등 반응이 좋다.
현지에서 ‘사회파’라고도 불리는 각본가 노기는 특유의 재치로 사회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작품을 만들어왔다. 전작에선 부검의(언내추럴), 기동수사대 경찰(MIU404) 등 전문직 주인공을 통해 사회적 약자 차별, SNS 기반 범죄 등을 다뤘다. ‘라스트 마일’에선 평범한 직장인이 주인공이다. 후나도와 나시모토는 글로벌 기업 ‘데일리 패스트’의 직원으로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일한다. 영화는 이들에게 벌어진 택배 폭발 사건을 통해 자본주의 시스템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물류업체 가동률로 실시간 확인 가능한 목표치,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과로 노동, 대량 소비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등이다.

'라스트 마일' 속 관동지사 센터장 후나도 엘레나(미쓰시마 히카리, 사진)는 소비자를 위한다는 제1원칙에 헌신적이다. '긍정 에너지'를 뿜어내지만 비밀스러운 구석이 있는 엘레나는 극 후반으로 갈수록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 블루라벨픽쳐스
각본가 노기는 지난 1월 아사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해하기 쉽고 통쾌한 드라마와 사회문제를 다루는 작품 사이의 균형을 맞춰가고 싶다”고 밝혔다. 시원한 스토리 전개는 ‘라스트 마일’에서도 돋보인다. 전작에서 10여 개의 회차를 관통하는 하나의 사건으로 몰입을 높였던 것처럼, 영화 속 택배 폭발 사건은 러닝타임 내내 반전을 거듭하며 서스펜스를 자아낸다. 직장 파트너로 만난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해간다는 노기 작품 특유의 설정은 ‘라스트 마일’에서도 여전하다.

'MIU404'(2020)의 4기동수사대 경찰인 시마 카즈미(왼쪽부터, 호시노 겐), 이부키 아이(아야노 고)와 대장 키쿄 유즈루(아소 쿠미코). 이부키 아이는 특유의 촉으로 '택배 폭발 사고'의 실마리를 풀어간다. 사진 블루라벨픽쳐스

'언내추럴' 속 'UDI 라보' 사람들. 왼쪽부터 임상검사 기사 사카모토 마코토(이이오 카즈키), 부검의 미스미 미코토(이시하라 사토미), 임상병리사 쇼지 유코(이치카와 미카코), 소장 카미쿠라 야스오(마쓰시게 유타카), 부검의 나카도 케이(이우라 아라타). 사진 블루라벨픽쳐스
영화가 끝나고 흘러나오는 주제곡, 요네즈 켄시의 ‘잡동사니’까지가 ‘라스트 마일’의 완성이다. 노기의 전작 드라마를 보지 않았더라도 영화 이해에 큰 지장이 없지만, 관람 후 궁금한 얼굴이 생긴다면 드라마를 꺼내보고 싶어질 수 있다. 129분.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