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어디 없나"…소·돼지·닭 줄줄이 전염병, 방역 부담 커진다

전남 지역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한우 농가에 긴장감이 확산하고 있는 19일 경북 고령 한 우사에서 수의사가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지역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한우 농가에 긴장감이 확산하고 있는 19일 경북 고령 한 우사에서 수의사가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돼지·닭 등 국민 식생활과 밀접한 가축에 전염병이 잇따르면서 방역 당국의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구제역이 빠르게 퍼지는 가운데,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제1종 가축 전염병’ 발생으로 다양한 가축이 줄줄이 위협받는 중이다. 1종 가축 전염병은 여타 감염병보다 전파성과 치명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위험 관리가 필요한 질병을 말한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3일 전남 영암에서 첫 구제역 신고 이후 일주일 만에 전남 지역에서 총 12건의 구제역 확진이 발생했다. 가장 최근 구제역이 발생했던 2023년 확진 사례가 총 11건이었고, 2019년 3건, 2018년에 2건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확산세가 빠르다. 구제역은 발굽이 둘로 갈라지는 소·염소·돼지 등 우제류 동물이 걸리는 병으로, 체온 급상승·물집 발생·식욕 저하로 심하게 앓거나 죽게 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이번 12건의 구제역 발생 중 5번째 확진 사례인 무안군 한우 농가 외에는 모두 영암군에 있는 농가였다. 단 무안군 확진 농가가 첫 발생 농가에서 약 18㎞나 떨어져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바이러스는 이미 넓은 지역에 퍼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

방역 당국이 대대적인 소독과 예방접종에 나섰지만, 긴장감을 늦출 수는 없다. 구제역 백신을 맞더라도 항체가 완전히 형성되기까지 약 2주가 걸리기 때문에, 그 전에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추가 확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한우는 387마리로, 한우 수급은 안정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만약 구제역이 추가 확산해 상황이 심각해질 경우 살처분이 증가하면서 축산물 물가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전날인 19일에는 충남 천안과 세종시에 있는 산란계 농장(각 8만 마리·6만5000마리 사육)에서 H5형 AI 항원이 검출되며 살처분 등 긴급 방역에 들어갔다. 고병원성 AI는 보통 겨울철에 많이 도는데, 최근에는 3월에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번 동절기(지난해 10월 29일부터)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AI는 37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동절기(2023년 12월 3일~2024년 2월 20일) 31건보다 많은 규모다.

지난 16일에는 경기도 양주 돼지 농장(약 6000마리 사육)에서 올해 3번째 ASF가 발생했다. ASF는 2020년 2건에서 지난해 11건으로 최근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도 봄철 날씨가 따뜻해지면 야생 멧돼지 활동이 늘어나면서 ASF를 옮기고 다닐 가능성이 있다. 

최근 1종 전염병에서 2종으로 조정된 럼피스킨도 이번 동절기 19건의 발생 사례가 있었다. 주로 모기·진드기·파리 등 곤충을 통해 소에게 전파되는 병인데, 최근엔 겨울에도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계속되는 비상 상황에 축산 농가뿐 아니라 방역 인력의 부담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전국 가축 방역을 책임지는 수의직 공무원은 2024년 기준 정원 1063명에 못 미치는 762명(71.6%)이 일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축 전염병이 예전보다 다양해져서 방역 인력의 업무 부담이 많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며 “신규 수의사 인력이 들어오는데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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