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관세 인플레 일시적일 것"...연내 2회 인하 전망 유지

제롬 파월 미 Fed 의장. AF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Fed 의장. AFP=연합뉴스

‘트럼프 불확실성’에 미국 중앙은행이 2번 연이어 금리를 동결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을 대폭 낮추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재점화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대신 연내 2회 인하 전망은 유지했다. 트럼프 관세 전쟁의 영향이 좀 더 명확해질 때까지 추가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1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4.25~4.50%로 만장일치 동결했다. 지난 1월에 이어 2회 연속 동결이다.  

시장의 관심은 Fed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이 담긴 ‘점도표’였다. Fed는 올해 미 성장률 전망치를 2.1→1.7%로 0.4%포인트나 낮췄고, 연말 실업률은 4.3%에서 4.4%로 올려 잡았다. 하지만 연말 기준금리 예상치 중간값은 지난해 12월 전망과 같은 3.9%로 제시했다. 올해 금리를 0.25%포인트씩 2회 인하할 것이란 의미다. 다만 현 수준 대비 3회 이상 금리 인하를 기대한 위원의 수가 5명에서 2명으로 줄었다. 금리 인하 시기를 좀 더 미뤄야 한다는 견해가 많아진 거다.  

이는 ‘트럼플레이션(트럼프 정부가 촉발한 물가 상승)’ 우려가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Fed는 수정 경제전망에서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 전망치를 2.5%에서 2.7%로 높였다. 트럼프 관세 정책이 성장세를 둔화시키지만,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질 수 있다고 봤다. PCE는 Fed가 예의주시하는 물가 지표다. 다만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내년 PCE 전망치는 2.2%로 0.1%포인트 올렸고 2027년도 2% 전망을 유지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현재 상승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부분적으로 관세에 대한 반응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일시적 상승’에 무게를 뒀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조치 없이 빠르게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일시적인(transitory) 현상이라면 때론 그런 인플레이션을 못 본 척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며 “관세 인플레이션의 경우에도 그럴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2021년 인플레이션을 공급망 교란에 따른 일시적 충격이라고 본 파월의 ‘오판’이 회자된다. 당시 금리 인상을 미루다가 결국 실기(失期)했다는 혹독한 비판에 휩싸인 바 있다. 한편 파월은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 “(침체 확률이) 올라가긴 했지만 높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Fed는 ‘양적긴축(QT·돈줄 죄기)’ 속도도 늦추기로 했다. Fed는 팬데믹 이후인 2022년 6월부터 시중 유동성을 흡수해왔다. 보유 중인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가 도래하면 재투자하지 않는 식이다. 다음 달부터 긴축 한도를 매달 250억 달러에서 50억 달러로 줄인다.  

시장은 이번 결정을 비둘기파적(통화 완화 선호)으로 평가했다. 이날 국제 금융시장에선 미 국채금리가 하락(2년물 -0.07%포인트, 10년물 -0.04%포인트)했고, 주가는 상승(다우 0.9%, S&P500 1.1%, 나스닥 1.4%)했다.  

한국은행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 관세 정책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지고 있지만, Fed보다 앞서서 금리 인하에 나서기엔 1450원대(20일 주간 종가 기준 1458.9원)로 여전히 높은 달러당 원화값이 걸림돌이다. 한국의 성장 전망이 낮아지는 추세인데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커지면 환율 불안이 심화할 수 있다. 현재로썬 올 4월에 한 차례 동결한 후 Fed의 인하 시그널을 확인하고, 연내 1~2회 추가 인하에 나설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