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더중플 - 이난향의 ‘명월관’

이난향
평양 출신인 난향은 열셋에 서울에 와 스물다섯에 조선권번의 취체 자리에 오릅니다. 명기(名妓·이름난 기생)를 많이 배출하기로 유명한 기생조합, 요즘으로 치면 하이브나 YG에서 일종의 교장 역할을 맡은 겁니다.
오늘의 추천!더중플은 이난향의 '명월관’(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264)입니다. 일제강점기 조선 최고의 기생으로 손꼽혔던 이난향(1901~1979)이 1970년 중앙일보에 남긴 글에 사료를 추가해 더 풍성하게 만든 버전입니다. 이난향의 '명월관'은 기생이 직접 남긴 기생의 역사이자, 독립투사부터 친일파까지 명월관을 드나들던 유력 인사들이 뒤얽힌 구한말 격동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 구독 후 보실 수 있습니다.
친일파·우국지사 드나든 일류 사교장
회색빛 2층 양옥으로 된 명월관은 울타리가 없었고 대문은 서쪽으로 나 있었다. 2층에는 귀한 손님들을, 아래층에는 일반 손님을 모시는 것이 상례였으나 꼭 그와 같이 지켜지는 것은 아니었다. 매실이란 이름을 가진 특실의 방이 하나 있어 아주 귀한 손님이나 그윽한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제공됐다.

명월관(明月館) 엽서 사진. 1919년 화재로 전소된 뒤 양옥으로 새로 지어올린 건물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이 무렵 관기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지방과 궁중의 각종 기생들이 발붙일 곳을 찾아 서울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명월관에는 수많은 기생 중에서도 어전에 나가 춤과 노래를 불렀던 궁중기생과 인물이나 성품 및 재주가 뛰어난 명기들이 많이 모여들어 자연히 장사도 잘되고 장안의 명사와 갑부들이 모여들어 일류 사교장이 됐다.
명월관이 한참 인기가 있을 때 “땅을 팔아서라도 명월관 기생 노래를 들으며 취해 봤으면 여한이 없겠다”는 시중의 농담을 낳게 했고, 시골에는 명월관을 본뜬 조그마한 명월관이 도처에 간판을 내걸기도 했다.
명월관은 대감들의 놀이터로부터 시작해 친일파들이 거들먹거리며 돈 쓰는 곳으로, 다시 나라를 빼앗기고 출셋길이 막힌 양반집 자손들이 울분을 달래는 장소로, 돈보다도 신문화에 매력을 느낀 기생과 유학생·언론인·문인과의 로맨스가 엮어지는 은밀한 장소로, 다시 우국지사들의 밀담이 오가는 숨 막히는 곳으로 성격을 변해감에 따라 손님의 질은 달라졌지만 손님의 양은 날이 갈수록 불어나 성시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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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팔아서라도 취하고 싶다” 최고의 기생 몰려든 명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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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이 기울자 막내딸을 기생으로

이난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포함된 기생 사진 엽서. 국립민속박물관.
아주 어릴 때는 아버님이 좌수(座首·지방자치기구의 우두머리)였기 때문에 집안 살림이 넉넉했으나 아버님께서 물산 객주업을 하시다 실패함으로써 집안이 기울었고, 오빠와 언니들이 모두 결혼한 다음 어머님께서는 나를 의지해 살기 위해 열두 살인 나를 기생양성소라고 볼 수 있는 평양의 이름난 노래 서재에 보냈다. 이때 평양에서는 여염집에서 딸을 기생으로 만드는 것이 그렇게 큰 허물이 되지는 않았지만, 좋은 일이 아니었던 것은 분명한 일이었다.
내가 노래 서재에 다니기 시작한 지 13일이 지났을 때였다. 동네 사람들의 입을 통해 내가 노래 서재에 나간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된 아버지와 오빠는 크게 노하시어 나를 불러다 꿇어 앉히고 야단이셨다. 그러나 이미 13일 동안이나마 기적(妓籍·기생등록대장)에 올라진 몸,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아버지는 문에 발을 드리운 채 일평생 나를 면대해 주지 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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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계질서 엄격했던 기생의 세계
대정권번은 우리나라 최초의 규약을 만들었다. 최고 우두머리를 1번수라 불렀고, 주(朱)모 선배가 여기에 취임했다. 1번수 밑에 2번수와 3번수가 있었고 그다음은 나이와 연조에 따라 선후배의 위계질서가 정연했다. 흔히 말하는 깡패 세계에 의리와 계급관념이 대단하다고 하지만 기생들 사회에도 이와 못지않은 엄격한 상하 구별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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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난향의 '명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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