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 유튜브 채널에 깜짝 출연해 해박한 축구 지식을 선보인 영화계 거장 봉준호 감독. 연합뉴스
바둑 기사 목진석 9단은 2000년 전성기의 '바둑 전설' 이창호 9단을 물리치고 포스트 이창호 시대를 연 '바둑 천재'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바둑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아 금메달을 이끈 뒤, 최근 다시 선수로 복귀해 '반상 위 팔색조'로 불린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또 있다. 바로 '축구 덕후'라는 점이다.

축구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봉준호 감독(오른쪽). 사진 유튜브 달수네라이브
유럽축구는 물론 K리그까지 섭렵하는 봉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도 축구를 녹였다고 처음 밝혔다. 그는 "원작 소설은 '미키 7'인데, 영화에선 좋아하는 선수 더브라위너의등번호(17번)에 영향을 받아 '미키 17'로 바꿨다. 영화쪽 인터뷰에선 다르게 얘기했다"며 웃었다. 그는 이어 "영화에 티모와 카이캇츠라는 인물이 등장하는 티모 베르너(토트넘)와 카이하베르츠(아스널 이상 공격수)의 이름에서 따왔다. 시나리오 쓸 때 외국 캐릭터 이름 짓는 일이 어렵다"며 축구 선수 이름을 따 캐릭터를 만드는 이유를 털어놨다.

축구를 보기 위해 밤잠까지 설치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오른쪽). 뉴스1
조수미는 새벽에 경기를 보느라 밤잠 설치는 '축구광'이다. 2022 카타르월드컵 기간 열린 기자 간담회는 조수미의 축구 사랑이 제대로 드러난 대표 행사다. 마침 그날 한국 축구는 브라질에 1-4로 져 월드컵 16강에서 탈락했다. 몇 시간 뒤 간담회에 참석한 조수미는 "(한국이 지는 바람에) 어젯밤에 한숨도 못 잤다. 울었다"면서 "축구를 좋아해서 언제나 약속도 안 잡고 월드컵을 하루 첫 일과로 잡는다. 월드컵을 4년마다 개최하는 건 말도 안 된다. 매년 해야 한다"고 말해 취재진을 폭소하게 했다. 조수미는 음악과 축구의 공통점에 대해 "사람들을 이어주는 보편적 언어라는 점"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2002 한·일월드컵 당시 조수미가 부른 '챔피언스(Champions)'는 공식 주제가보다 더 사랑받았다.

아스널의 열혈 팬인 바둑계 대표 축구광 목진석 9단. 중앙포토
목진석 9단은 EPL 아스널의 오랜 팬으로 유명하다. 아스널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라이벌전이 벌어진 날, 하필이면 대국이 잡힌 적 있다. 소속팀의 바둑리그 포스트시즌 티켓 확보가 걸린 중요한 일전이었다. 대기실에서 TV를 흘깃 쳐다보곤 아쉬운 표정으로 대국장에 들어선 목진석 9단은 특유의 집중력을 발휘해 승리했다. 통쾌한 승리였지만 그는 기쁨을 만끽할 여유가 없었다. 곧장 집으로 달려가 놓친 경기를 챙겨본 뒤, 이튿날 조기축구까지 참석한 건 목진석 9단의 유별난 축구 사랑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다. 목진석 9단은 축구를 통해 바둑을 잊기도 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0 남아공월드컵 당시엔 목진석이 자기 블로그에 프로바둑 선수들로 축구 국가대표를 짠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두 팀을 만들었는데 감독이 각각 조훈현 9단과 서봉수 9단이었다. 자신은 공격형 미드필더, 이세돌 9단은 스트라이커에 배치했다. 그러면서 "나는 오로지 공격만 노리는 이기적인 플레이메이커. 넓은 시야에 의한 킬 패스와 발재간을 갖췄지만 통할 때와 안 통할 때의 기복이 심하다. 최근 살이 쪄서 몸이 둔해졌다"고 해설했다. 이세돌 9단에 대해선 "부동의 한국 최고 스트라이커다. 화려한 개인기를 바탕으로 상대 수비수를 농락하는 것을 즐긴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