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그세스 장관은 먼저 하와이를 방문해 인도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어 괌으로 이동해 군사시설을 둘러보고 작전 브리핑을 받는다. 오는 28일부터 이틀간 필리핀을 방문하고, 이후 일본으로 넘어가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과 함께 태평양전쟁 말기 격전지였던 이오지마(硫黃島)에서 전투 80주년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미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앞줄 가운데)가 내주 일본·필리핀 등을 방문한다. EPA=연합뉴스
당초 헤그세스 장관은 한국 방문도 검토했으나 막판에 취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이 임박하는 등 한국 정치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됐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1년 당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일본·한국·인도를 택했고, 트럼프 1기 때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한국과 일본을 찾았다.
중국 관영 매체는 '한국 패싱'에 주목했다. 22일 중국 관영 영자지인 글로벌타임스는 딩둬(丁鐸) 중국남해(남중국해)연구원 지역국별연구소장을 인용해 ▶현재 한국 정치가 불확실하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 문제와 북미 관계에서 자기 관점을 갖고 있으며 ▶미국이 보는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필리핀·일본에 비해 낮다는 점 등을 '한국 패싱' 근거로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를 보여준 일정"이란 해석을 내놨다. 신문은 "특히 한국을 빼고 필리핀을 포함했다"며 "이 일정은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의도를 보여주고 있고, 필리핀이 더 도발적인 행동을 취하도록 독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필리핀이 분쟁 중인 남중국해 난사군도의 세컨드 토머스 사주에 정박 중인 BRP 시에라 마드레함. AFP=연합뉴스
글러벌타임스는 또 "헤그세스 장관이 필리핀을 방문하는 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동남아 국가들을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을 만회하는 차원이기도 하다"고 했다. 딩 소장은 신문에 "헤그세스는 이번 일본과 필리핀 방문에서 강한 외교적 제스처를 취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필리핀이 미국의 지원을 받아 더 대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필리핀 정부는 최근 들어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경계 수위를 부쩍 높이고 있다. 2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필리핀은 남중국해 인근 섬인 수빅만 그란데섬에서 간첩 혐의 등으로 중국인 1명 등 관련자 8명을 체포하고 해당 섬에 대한 군사보호지역 지정 검토에 나섰다.
한편 털시 개버드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한국을 제외한 일본 등 4개국 방문을 최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DNI 국장은 미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등 17개 미 정보기관을 지휘·통솔하는 자리다.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의 방한이 검토 단계에서 무산된 데 이어 미 정보 수장의 방한도 이번에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일본 공영방송 NHK 등에 따르면 개버드 국장은 22일까지 일본·태국·인도·프랑스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NHK는 “올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미 장관급의 일본 방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