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의성·울주 뒤덮은 대형 산불…모두 '인재' 가능성 크다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시작된 산불이 22일 밤 산청군 단성면 자양리와 하동군 옥종면 두양리 경계지점까지 번져 불타고 있다. 송봉근 기자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시작된 산불이 22일 밤 산청군 단성면 자양리와 하동군 옥종면 두양리 경계지점까지 번져 불타고 있다. 송봉근 기자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울산 울주와 김해 한림 등에서 잇따라 발생한 대형 산불은 실화(失火)에 의한 인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3시 26분쯤 4명의 사망자와 6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발생한 산불은 최초 발화지점 인근에서 예초기로 풀을 베던 작업 중 불씨가 튀어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산림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산림청은 산불이 발생한 지 3시간여 만인 오후 6시 40분쯤 올해 처음으로 ‘산불 3단계’를 발령했다. 3단계는 피해 추정 면적 100ha 이상, 평균 풍속 초속 7m 이상, 진화 예상 시간 24시간 이상일 때 발령된다.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는 헬기 33대 비롯해 인력 1351명, 진화 차량 217대를 투입해 불길을 잡고 있으나 23일 오전 현재 진화율은 30% 수준이다.    

산불영향구역은 1329㏊이며 총 화선은 40㎞다. 이 중 28㎞를 진화 중이고, 12㎞는 진화가 완료됐다. 이 산불로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인근 주민 844명은 단성중학교와 동의보감촌 휴양림 등으로 대피했으며, 주택 10개 동이 불에 탄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오전 경남 산청군 시천면의 한 마을에서 산불이 민가로 내려올까 김모(40대)씨가 우려하고 있다. 대구에 사는 김씨는 전날 부모가 사는 이 마을까지 산불이 확산한다는 소식을 듣고, 슬리퍼 차림으로 산청을 급히 찾았다. 안대훈 기자

23일 오전 경남 산청군 시천면의 한 마을에서 산불이 민가로 내려올까 김모(40대)씨가 우려하고 있다. 대구에 사는 김씨는 전날 부모가 사는 이 마을까지 산불이 확산한다는 소식을 듣고, 슬리퍼 차림으로 산청을 급히 찾았다. 안대훈 기자

23일 경북 의성군 의성읍 중리리 마을이 산불로 발생한 연기에 휩싸여 있다. 산불이 옮겨붙은 공장 건물이 불에 탄 모습이다. 김정석 기자

23일 경북 의성군 의성읍 중리리 마을이 산불로 발생한 연기에 휩싸여 있다. 산불이 옮겨붙은 공장 건물이 불에 탄 모습이다. 김정석 기자

경북 의성군 안평면에서는 22일 오전 11시 24분쯤 산불이 발생했다. 의성군은 이 산불이 성묘객이 묘지를 정리하던 중 실수로 불을 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산림청은 산불이 발생한 지 2시간 46분 만인 이날 오후 2시 10분께 산불 3단계를 발령했다.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은 불길이 좀체 잡히지 않고 있다. 산림청 의성 산불현장지휘본부 등에 따르면 23일 오전 10시 진화율은 2%다. 산불영향구역도 2602㏊로 전체 화선 67㎞, 잔여 화선 65.7㎞(진화 완료 1.3㎞)로 확대됐다. 산림당국은 산림청·지자체 등 헬기 52대를 투입하기로 했으나 현장에 연기가 낮게 깔린 탓에 전체 헬기가 동시에 투입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에서는 인력 3000여명, 장비 440대가 투입돼 산불 진화에 나서고 있다.    

울산 울주군에서 발생한 산불도 이틀째 꺼지지 않고 있다. 전날인 22일 낮 12시 12분쯤 울주군 온양읍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이날 오전 10시 현재까지 주불을 잡지 못해 번지는 중이다. 산림당국 등은 최초 산불 발화 원인을 야산 인접지(농막 등) 용접 불꽃으로 추정하고 산불 진화 후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산불 피해 면적은 축구장 140여개 크기인 105㏊다. 진화율은 70%로 총 화선 10.5㎞에서 7㎞ 정도 진화된 상태다. 산림당국은 산불 대응 3단계 발령을 유지하면서 헬기 11대와 인력 1900여명 동원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22일 울산 울주군에서 발생한 산불. 사진 소방청

22일 울산 울주군에서 발생한 산불. 사진 소방청

김해시 한림면 안곡리 야산서 발생한 산불 모습. 연합뉴스

김해시 한림면 안곡리 야산서 발생한 산불 모습. 연합뉴스

경찰은 연기가 뿌옇게 들어찬 산불 현장 인접 도로(동해고속도로 장안IC∼청량IC) 차량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또 산불 현장과 가까운 2개 마을 주민 80명을 읍사무소와 마을회관으로 대피토록 조치했다.

김해시 한림면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도 ‘산불 2단계’가 발령됐다. 산불 2단계는 예상되는 피해 면적이 50∼100㏊이고 48시간 이내에 진화할 것으로 예상할 때 발령한다. 산림당국은 야산 인근 문중 묘지관리를 하던 60대가 가지고 있던 과자봉지를 태우던 과정에 산불이 번진 것으로 추정하고 진화작업이 끝나는 대로 정확한 원인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 불은 산불영향 구역이 70㏊이며 화선은 전체 3.44㎞이다. 이 중 2.77㎞를 진화 중이며 0.67㎞는 진화가 완료됐다. 이 불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인근 마을 주민 98가구 148명이 대피를 한 상태다. 산림청은 헬기 4대, 인력 228명, 차량 35대를 투입해 불길을 잡고 있다.  

산불은 건조한 상태에서 야외 활동이 많은 봄철에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이 계절별 산불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연평균 발생 건수 546건 중 봄철(3∼5월)이 303건으로 56%를 차지했다. 산불 원인은 입산자 실화가 171건(31%), 쓰레기 소각이 68건(13%), 논·밭두렁 소각이 60건(11%)으로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는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은 '동고서저(東高西低)'의 지형적 특성과 남쪽은 고기압, 북쪽은 저기압인 '남고북저'의 기압 배치로 인해 봄철에 대기가 건조하고 서풍이 강하게 부는데 이런 지형과 기압의 영향으로 실화가 큰 불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권춘근 산림과학원 박사는 “3~4월에는 대기가 매우 건조하고 지속해서 강풍이 발생하는 만큼 산불의 위험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며 “개개인이 경각심을 가져야겠지만 이 기간에 감시원을 늘리거나 산불 발생 위험이 높은 곳에 CCTV를 설치하는 등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