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서 화상을 입은 채 발견된 개를 동물보호단체 관계자가 살펴보고 있다. 사진 루시의친구들
20여 개 동물보호단체로 이뤄진 ‘루시의 친구들’은 산불 발생 이틀째인 지난 23일부터 의성 산불 현장을 돌며 동물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주민 대피소와 마을 이장 등을 통해 동물 피해 상황을 접수하고 현장 구호 활동을 나서는 방식이다.
달궈진 목줄에 다친 개 등 구조

지난 23일 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서 화마에 휩싸여 타버린 뜬장 모습. 사진 루시의친구들
의성군은 전국 기초지자체 중 65세 이상 노인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인 탓에 현실적으로 반려동물이나 가축과 함께 대피가 어렵다. 특히 산불 첫날인 22일은 강한 바람에 불씨가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며 불길이 급속도로 번지는 상황에서 동물을 챙기기가 더욱 힘들었다.
루시의 친구들은 의성 산불 현장을 탐색하던 중 100여 마리의 대형견이 갇혀 있는 개농장도 찾아냈다. 지난 2월 이른바 ‘개식용종식법’이 통과되면서 식용 또는 판매를 위해 개를 기르거나 도살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이 개농장에는 개들에게 먹이기 위한 음식물쓰레기도 대량으로 보관돼 있었는데 이 또한 불법이다.
이 단체가 매캐한 연기에 노출돼 있는 개들을 구출하려고 했지만 개농장주가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수의사의 의료적 판단 아래 화상 입은 개 일부만 구출할 수 있었다. 앞서 이 개농장은 의성군으로부터 폐쇄 명령이 내려져 보상 관련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서 화마에 휩싸여 타버린 뜬장 모습. 사진 루시의친구들
개농장도 발견…일부만 구출 성공
루시의 친구들은 의성 산불 현장에서 동물 구조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앞서 산불 대응 3단계가 발령된 경남 산청과 울산 울주군 등지의 산불 현장에서도 활동할 예정이다.

지난 23일 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서 화마에 휩싸여 타버린 뜬장 모습. 사진 루시의친구들
김영환 동물권행동 카라 정책국장은 산불 현장에서의 동물 구조가 미흡하면 방역 위기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의성 산불 현장을 탐색하던 중 불법 개농장과 다량의 음식쓰레기가 노출·방치돼 있는 방역 사각지대가 드러난 만큼 즉각 폐쇄와 관련자 엄중 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또 이번 산불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어디로 어떻게 이동해 갔을지 알 수 없고 먹이가 부족해진 상황이라 민가로 접근할 수 있다”며 “의성군은 지난 1월과 2월 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발견된 지역인 만큼 산불로 동물 방역 관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