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방서 받은 ‘2차전지’ 추천주, 사모 CB 이용한 작전이었다

기업 인수ㆍ합병(M&A) 업자인 A씨는 차명으로 B사의 전환사채(CB)를 사들였다. 불공정거래로 처벌받은 이력을 숨기기 위해서다. 이후 A씨는 자신이 소유한 회사와 B사가 합병해 2차 전지 사업에 함께 뛰어들기로 했다는 허위 정보를 언론에 뿌렸다. 지인과 짜고 리딩방과 주식 강의 등에서도 B사 주식을 추천하며 주가를 띄웠다. 사들인 CB를 주식으로 전환한 뒤 높은 값에 팔려는 목적이었다. 결국 A씨는 허위 정보로 주가를 부양한 사실이 금융당국에 적발돼 검찰 고발까지 당했다.

인수·합병(M&A)를 통해 2차 전지 신산업에 진출할 거란 정보를 흘리고 리딩방 등에서 주가를 띄웠다가 적발된 M&A 업자. 금융위원회

인수·합병(M&A)를 통해 2차 전지 신산업에 진출할 거란 정보를 흘리고 리딩방 등에서 주가를 띄웠다가 적발된 M&A 업자. 금융위원회

금융당국과 수사당국은 A씨처럼 사모 CB를 악용하는 ‘작전 세력’을 엄중히 단속하기로 했다. 24일 금융위원회는 검찰ㆍ금융감독원ㆍ한국거래소와 함께 ‘제1차 불공정거래 조사ㆍ심리기관 협의회(조심협)’를 가지고 사모 CB 불공정거래 조사 진행 경과와 주요 사례를 논의했다. 

CB는 주식으로도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이후 기업 가치가 오르면 주식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금 조달 능력이 부족한 기업이 많이 활용한다. 하지만 주로 공개 모집(공모)이 아닌 사모 형태로 발행해 유통 과정이 불투명한 만큼 불공정거래 행위에 악용되는 사례도 많다.

금융당국이 최근 단속한 사례도 이런 불투명한 CB 발행 과정을 악용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C사의 실질적인 사주인 D씨는 미국의 한 비상장사를 인수할 자금이 필요하다며 CB를 대량으로 발행했다. 그러면서 인수할 회사가 대마 사업 관련 계약을 따내고 미국 나스닥에도 상장할 거란 허위 정보를 흘려 지분 가치를 부풀렸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조사한 결과 해당 정보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D씨는 CB로 조달한 자금 일부를 개인 빚을 갚거나 담보로 써 검찰에 고발됐다.

악재성 미공개 정보를 CB를 산 일반 투자자에 미리 알려준 기업 대표. 금융위원회

악재성 미공개 정보를 CB를 산 일반 투자자에 미리 알려준 기업 대표. 금융위원회

CB를 사준 아는 투자자에게 악재성 정보를 미리 알려준 사업주도 있었다. E씨는 자신의 회사가 감사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당할 거란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이를 일반 투자자 F씨에게 알렸다. 감사인 의견거절은 기업 재무제표에 문제가 있을 때 내리는 것으로 상장 폐지 사유 중 하나다. F씨는 해당 정보가 공시되기 전에 CB를 미리 주식으로 바꿔 팔아 손실을 피했다.


한편 조심협은 지난 4일 개설한 대체거래소를 악용한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 새로운 모니터링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음 달 23일부터 개정 자본시장법이 적용되면서, 불공정거래와 불법 공매도 행위자에게 최장 5년의 금융투자상품 거래 제한 명령도 내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불공정거래에 대해 엄중히 제재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