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준홍 기자
기업은행에서 14년간 일하다 퇴직한 A씨는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7년간 785억원(51건)의 부당대출을 받았다. A씨는 회사의 자금력을 부풀려 돈을 빌린 뒤, 땅과 건물을 짓고 이를 되팔아 수익을 챙겼다. A씨는 2018년 9월부터 11월 사이 자신이 세운 B법인 명의로 기업은행에 60억원의 대출을 받아 땅을 샀다. 또 별도의 C법인을 세워 운전자금 명목으로 4억원의 대출을 받은 뒤, 이를 B법인에 송금해 자금력을 부풀렸다.
A씨는 매입한 토지에 지식산업센터를 지었는데, 2020년 9월 공사비 59억원을 기업은행에 또 대출받았다. 이때는 거래처에 24억원을 빌려 자기 자금인 것처럼 꾸몄다. 기업은행 현직 심사역인 A씨의 부인과 은행 지점장은 이런 사실들을 알고도 대출을 승인했다. A씨는 건물에 미분양에 발생하자, 고위 임원에게 청탁해 기업은행 점포를 입점시킨 후 이를 매각하기도 했다. 해당 임원은 A씨에게 골프 접대와 6700만원을 받고, 내부 반대에도 점포 입점을 밀어붙였다.

차준홍 기자
A씨는 건설사 청탁도 받아 216억원의 부당대출을 알선하고, 12억원을 받아 챙겼다. 이 과정에서 A씨의 입행 동기인 심사센터장 D씨와 지점장 3명이 대출을 승인해줬다. A씨는 D씨에게 현금 2억원과 자신의 차명법인 지분 20%를 대가로 제공했다. A씨가 사모임 5개를 참여하면서, 필리핀 골프 접대를 제공한 임직원만 23명에 달한다. 이 중 부당대출 관련 임직원 8명에게는 15억7000만원의 현금도 제공했다. 기업은행의 지난 2월 말 기준 부당대출 잔액은 535억원으로, 이 중 17.8%인 95억원이 돌려받기 힘든 부실대출로 잡혔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부실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차준홍 기자
금감원은 기업은행이 지난해 8월 부당대출 정황을 제보받고도 이를 은폐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금감원은 검사 기간에 기업은행 직원이 271개 파일과 사내 메신저 기록을 삭제하는 등 조직적인 검사 방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수석부원장은 “굉장히 심각한 법 위반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한편,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금감원 감사 결과를 철저한 반성의 기회로 삼아, 빈틈없는 후속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 검사에서 암호화폐거래소 빗썸이 전·현직 임원 4명에게 총 116억원에 달하는 고가사택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됐다. 사택을 받은 임원 중 일부는 사택 임차를 가장해 분양주택 잔금을 납부하다 적발됐다. 또 법무사 사무장과 농협조합 임직원이 매매계약서를 변조하는 방식으로 2020년 1월부터 5년간 1083억원(392건)의 부당대출을 내준 것도 금감원이 추가로 조사 중이다. 저축은행 부장이 26억5000만원 상당의 부당대출을 취급하고 2140만원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친인척 명의로 법인 3개를 세워 121억원(25건) 부당대출을 받은 여신전문금융회사 투자 부서 실장도 적발됐다. 금감원은 “법규와 절차에 따라 엄정 제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