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해군 해상초계기(P-3C)와 이지스함인 율곡 이이함이 종합해양과학기지가 있는 이어도 상공과 해역에서 해상경계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해양법 협약 위반"…재판 회부 주장도
김 전 처장은 "중국이 각 구조물 주위에 500m의 안전지대를 설정하면 구조물의 안전지대는 1.07㎞의 직경을 갖게 된다"며 "12개 구조물을 가로 4개씩, 세로 3개씩 설치할 경우 구조물과 안전지대를 합친 면적은 13.74km²에 달하게 된다"고 관측했다. 이어 "우리 어선 입장에선 잠정조치 수역이 사실상 조업 금지 구역처럼 되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김 전 처장은 중국의 구조물 설치가 "유엔 해양법 협약 위반"이라고도 지적했다. 유엔 해양법 협약 60조는 "연안국은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구조물을 건설할 배타적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중의 EEZ가 겹치는 잠정조치 수역에선 중국이 구조물을 지을 권리가 없다는 지적이다. 김 전 처장은 "ITLOS 중재 재판 회부 등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나경원, 박덕흠, 김미애, 임종득 의원실 주최 ‘중국의 서해공정 긴급대응 국회토론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토론회에 참석한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전날 다이빙(戴兵) 주한 중국 대사와 만났다며 "다이 대사가 해당 구조물에 대해 ‘양식용’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전했다. 남 교수는 "수도권을 압박해 우리 함정과 주한미군이 대만 유사시 이동을 차단하는 국제정치적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나 의원은 이날 '중국의 서해 구조물 무단 설치 규탄 및 즉각 철거 촉구를 통한 서해주권 수호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국방위원장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주권적 권리가 침해된다면 비례적 대응을 비롯해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도 "해양 분쟁의 씨앗을 심으려는 중국 정부의 조치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박경미 대변인 서면 브리핑)고 밝혔다.
정부, 법적 대응에 회의적
유엔 해양법 협약 83조에는 EEZ 획정 분쟁과 관련해 "과도적인 기간 동안 최종합의에 이르는 것을 위태롭게 하거나 방해하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과거 판례에 기반할 때 굴착 등 '해양 환경에 영구적인 물리적 영향'을 초래하는 행위는 83조 위반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중국이 설치한 구조물은 바다에 떠있는 부유물 형태라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2001년 체결된 한·중 어업 협정 또한 해양 경계 획정이나 영유권과는 관련이 없는 어업 관련 협정이라 이번 사안에 적용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 21일 도쿄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과 회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회담에서 조 장관은 중국이 서해에 설치한 구조물에 대해 "서해에서 중국의 활동으로 인해 우리의 정당하고 합법적 해양 권익이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에 왕이 주임은 "해양권익에 대한 상호 존중이 중요하다는 인식 하에 이 문제에 대해 소통을 지속해 나가자"고 답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외교부
현실적으로 법적 대응이 어려울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유리한 판단을 끌어내더라도 중국이 아랑곳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건설했던 중국은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필리핀에 패소했지만, 판결에 전혀 따르지 않고 구조물을 늘리고 있다. 법적 쟁송보다는 외교적, 정치적 해법을 모색하는 게 현명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또한 최근 국내정치적인 분위기와 연계해 반중 정서를 키우는 소재로 이번 사건을 활용하려는 시도 또한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