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8일 경북 안동시 안동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산불 주민대피소에서 대한적십자사 재난구호급식소 봉사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날 오후 경북 안동에서 열린 산불피해 수습 및 지원대책 현장점검 회의는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옆 낙동강변 둔치에 차려진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에서 열렸다. 정부에선 한 대행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등이, 국민의힘에선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당3역’(권성동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이양수 사무총장)이, 대통령실에선 성태윤 정책실장과 박춘섭 경제수석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한 대행은 모두 발언에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최대 규모의 피해”라며 “사망·중상자 대부분이 고령층이었는데,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과도할 정도로 사전에 먼저 대비할 수 있는지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기후변화에 대비한 종합적인 산불대책 전면 개편 작업도 (하겠다)”고 덧붙였다. 참석자들은 대형 헬기를 비롯한 산불 장비와 임시주택, 노약자 의약품 지원과 고용위기지역 지정 등을 당부했다.
당정은 특히 피해 복구와 이재민 생활 지원을 위한 신속한 재정 지원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필요성에 공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복구 비용만 3조~4조원 이상이 들 텐데, (2조원)재난대응 예비비라도 원포인트 추경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자 최상목 부총리는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한 대행도 “재정지원을 어떻게 과감하게 할지(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정부에 추경 편성을 제안한 민주당도 이날 한 대행에게 “헌정질서 수호와 산불 피해 극복을 위해 오늘 중이라도 당장 만나자”(박찬대 원내대표)며 협력 의사를 밝혔다.
한 대행은 30분가량 이어진 회의를 마친 뒤 안동체육관으로 이동해 그곳에 머무는 이재민들을 위로했다. 백발의 한 이재민은 한 대행을 만나자 “일곱 식구가 갈 데가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안동에서 배식 봉사를 하고 있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한 대행을 만나 인사를 건넸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오전 안동을 찾아 이재민을 위로하고 서울시 차원의 피해 복구 지원을 약속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여야는 추경 각론을 두고 신경전을 이어갔다. 지난해 국회 통과 과정에서 삭감된 재난 예비비를 두고선 진실공방도 벌였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정부가 제출한 2025년도 예산안에 편성됐던 4조8000억원의 예비비를 2조4000억원으로 삭감한 뒤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대전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서 “국민의힘은 마치 예산이 삭감돼 산불 대책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재난으로 목적이 특정된 예산만 1조6000억원이다. 각 부처에도 9700억원의 예비비가 있고, 국고 채무 부담은 1조5000억원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산불 대책에 필요한 예산을 항목별로 추가하면 되지 왜 쌈짓돈처럼 쓸 수 있는 예비비를 늘려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즉각 “본예산 예비비 삭감 폭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김 의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재난·재해에 쓸 수 있는 목적 예비비 1조6000억원 중 약 1조2000억원은 민주당의 고교 무상급식 등에 써야 해 즉각 사용 가능한 목적 예비비는 약 4000억원”이라며 “각 부처의 즉각 가용한 재난·재해비도 1998억원에 불과하다”고 맞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