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링에 빠진 MZ
![홍대앞 거리와 합정역 대합실에서 만난 MZ세대 가방에는 작고 귀여운 동물 또는 만화 캐릭터 키링이 여러 개씩 달려 있었다. 명품 브랜드 ‘펜디’가 선보인 ‘백꾸(가방 꾸미기)’ 스타일(가운데 사진). 김정훈 기자, [사진 펜디]](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3/29/544c0eb4-ab1e-40ae-8f0a-0d4371edaf99.jpg)
홍대앞 거리와 합정역 대합실에서 만난 MZ세대 가방에는 작고 귀여운 동물 또는 만화 캐릭터 키링이 여러 개씩 달려 있었다. 명품 브랜드 ‘펜디’가 선보인 ‘백꾸(가방 꾸미기)’ 스타일(가운데 사진). 김정훈 기자, [사진 펜디]
#같은 날 오후 6시 합정역 대합실. 퇴근으로 바쁜 직장인들의 핸드백에도 색색의 동물 모양 키링이 달려 있다. “좋아하는 캐릭터가 같아서 친구와 똑같은 걸 샀어요.” “제가 직접 떠서 만든 곰돌인데 사랑스럽죠
열쇠 버리고 부활한 키링
![‘보테가 베네타’가 특유의 가죽 꼬임 방식으로 만든 코끼리 백 참. [사진 각 브랜드]](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3/29/4944c344-9ecd-43de-88be-f105d38ea6cf.jpg)
‘보테가 베네타’가 특유의 가죽 꼬임 방식으로 만든 코끼리 백 참. [사진 각 브랜드]
작고 귀여운 것들은 늘 사랑받아왔지만 특히 면·털 소재의 동물 또는 인기 캐릭터 인형 등은 만지면 보근 보근, 폭신 폭신, 몽실 몽실한 탄력과 부드러운 촉감을 선물한다. 자꾸만 만지고 싶고,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고. 이점이 바로 ‘무해력’ 아이템들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데, 최근에는 백팩과 핸드백을 꾸미는 액세서리로 인기가 높다.
![‘라이카 카메라’가 100주년 기념으로 제작한 한정판 테디베어. [사진 각 브랜드]](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3/29/7cd8a627-2462-4558-880e-f694f7009db5.jpg)
‘라이카 카메라’가 100주년 기념으로 제작한 한정판 테디베어. [사진 각 브랜드]
![‘바네사 브루노’가 스타일리스 정윤기와 협업해 만든 곰 인형 키링. [사진 각 브랜드]](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3/29/0fcb8847-4747-4ebf-991b-50085996c010.jpg)
‘바네사 브루노’가 스타일리스 정윤기와 협업해 만든 곰 인형 키링. [사진 각 브랜드]
푸바오 기폭제로 키티·미피 등 인기

홍대앞 거리와 합정역 대합실에서 만난 MZ세대 가방에는 작고 귀여운 동물 또는 만화 캐릭터 키링이 여러 개씩 달려 있었다. 김정훈 기자
푸바오를 기폭제로 ‘무해력’ 아이템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흥미로운 점은 MZ세대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캐릭터들의 인기다. 고양이 ‘키티’를 중심으로 한 산리오의 캐릭터들, 1989년 개봉한 영국의 스톱 모션 클레이 애니메이션 시리즈 ‘월레스 앤 그로밋’의 영리한 개 ‘그로밋’, 올해 70세를 맞은 네덜란드의 토끼 캐릭터 ‘미피’ 등이다. 이밖에도 지난 1~2월 동안 에이블리에서 인기 높은 키링 제품을 보면 ‘네잎클로버 미니 토끼’ ‘Y2K 다마고치 키링’ 등을 꼽을 수 있다.
![밤색 시그니처 곰 인형에 올해의 띠 ‘푸른뱀’ 가죽 무늬를 더한 ‘신라호텔’ 신라베어. [사진 각 브랜드]](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3/29/5c4966ae-6791-421e-a16f-30c16d2d95e8.jpg)
밤색 시그니처 곰 인형에 올해의 띠 ‘푸른뱀’ 가죽 무늬를 더한 ‘신라호텔’ 신라베어. [사진 각 브랜드]
그랜드 하얏트 호텔은 지난해 7월 마스코트 강아지 ‘하이(HY)’를 만들었다. ‘하이’라는 이름은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진행된 네이밍 이벤트에서 고객들이 직접 추천한 이름 중 가장 많은 득표를 얻어 최종 선정된 이름으로 호텔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반갑게 인사한다는 의미와 HYATT의 HY에서 따왔다. 재미있는 건 하이를 의인화한 스토리텔링이다. 호텔 20층 스위트룸에서 사는 하이는 매일 아침 남산을 산책하는 펫 친구들과 근황을 나누고, 호텔 내 레스토랑을 활기차게 돌아다니는 호기심 많은 ‘강아지 호텔리어’라는 설정이다. 2022년 8월 부임한 총지배인 피터 힐드브랜드의 아이디어인데 그는 한국 시장의 특징을 “MZ세대 주도하에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로 꼽았다. 또한 “이 MZ세대는 직접적인 체험과 인증을 선호하기 때문에 사람과 가장 친근한 동물이자 한 가족처럼 더불어 사는 강아지 캐릭터를 떠올렸다”고 했다.
![‘강아지 호텔리어’ 스토리 텔링으로 사랑받는 ‘그랜드 하얏트 호텔’ 마스코트 하이. [사진 각 브랜드]](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3/29/54f78247-8de8-40e6-a522-758b4686c25c.jpg)
‘강아지 호텔리어’ 스토리 텔링으로 사랑받는 ‘그랜드 하얏트 호텔’ 마스코트 하이. [사진 각 브랜드]
홍대앞과 합정역에서 만난 MZ세대는 동물 또는 만화 캐릭터 키링을 달고 다니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공통적으로 “귀엽기 때문에” “나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포근포근 코바늘 손뜨개 인형』 등 내가 좋아하는 동물 인형을 만들어 키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손뜨개 책을 여러 권 출판한 한스미디어의 이나리 편집장은 “최근 1년 사이 나온 뜨개책의 연령별 판매량 비율은 20대가 30%, 30대가 40%, 40대가 30% 정도”라며 “손뜨개 인형이라고 하면 과거에는 엄마가 만들어주는 아이들의 장난감 정도로 생각됐지만 요즘은 2030세대가 직접 만드는 백꾸 액세서리로 컨셉도 타깃도 바뀌었다”고 했다. 이 팀장은 “코로나 이후 달라진 현상인데, 예전에는 모자·조끼·스웨터 등 실용적인 목적으로 손뜨개를 이용했다면 요즘은 동물·꽃 등 컬러나 모양을 자기 취향대로 창조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면서 자기표현의 도구로 생각하는 젊은 층이 많다”고 했다.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선 ‘무해력’ 트렌드의 원인을 “요즘 세상살이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례없는 불경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념·계층·성별·세대 등 정치·사회적 갈등은 심화되고 경쟁도 치열해지는 가운데 무해함은 하나의 심리적 안전지대를 만들어준다”는 것. 지나치게 심각한 해석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어쨌든 대한민국의 MZ세대는 무채색 가방에 알록달록 포인트를 만들어주고,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짓게 만드는 ‘무해력’ 가득한 아이템들로 위로도 받고, 남다른 자신만의 개성 표현에도 열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