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북대청 계단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국제공상계 대표 42명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신화사

김지윤 기자
이날 중국이 초대한 기업인 규모는 예상보다 많았다. 지난 1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예측한 20여 명보다 두 배 많았으며, 지난해 미국 기업 CEO 회견에 초대했던 18명보다 크게 늘었다. 트럼프가 중국의 위상을 도리어 높여준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 당국은 이날 10개 외신에 회견 말미만 취재를 허용하고, 단체 사진과 6분 34초 분량의 중국중앙방송(CC-TV) 뉴스 영상을 공개했을 뿐 전체 명단은 지금껏 공개하지 않고 있다.
본지가 참석자 42명 전수를 분석한 결과 중국은 국가와 의전, 업종에서 전략적 의도를 담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별 분포는 유럽이 21명으로 미국 15명, 아시아 5명, 남미 1명보다 가장 많았다. 유럽 기업 19개사는 독일 9개, 영국 4개, 프랑스 3개, 스웨덴·네덜란드·덴마크 각 1개사가 차지했다. 영국은 별도로 영·중 무역협회의 총재와 의장이 각각 참석했다. 무역과 안보에서 미국이 유럽연합과 갈등을 빚는 틈을 이용해 중국으로 끌어당기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산업별로는 의약·바이오 기업이 가장 많았다.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바이엘, 베링거 인겔하임, 머크 등 10개사 총수가 참석했다. 올해 10억 유로(1조6000억원)를 투자해 베이징에 새로운 생산기지를 설립하는 세계 3대 제약사 사노피의 폴 허드슨(58) 최고경영자(CEO)는 대표 발언자로도 선정됐다.
금융투자사는 모두 6개로 두 번째로 많았다. 지난해 ‘일대일로’ 녹색 채권을 발행한 영국 홍콩상하이은행(HSBC)을 비롯해 스탠다드차타드,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 등 은행과 투자회사 브리지워터, 블랙스톤 회장이 참석했다. IT·반도체 기업과 물류 업체가 각각 5개 사로 세 번째로 많았다. 미·중 무역 전국위원회 의장을 겸임하는 미국 물류회사 페덱스의 라즈 서브라마니암 CEO는 주빈으로 환대를 받았다. 그는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사장과 함께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시 주석과 회견에 참석했다.
의전에서는 한국과 일본 1등 기업에 대한 배려가 돋보였다. 이날 전체 회견의 주빈은 페덱스와 메르세데스 벤츠가 차지했지만, 단체 사진에서 이재용 삼성 회장과 도요타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을 시 주석과 가장 가까운 뒷줄 좌우 자리에 배치했다. 이 회장은 7박 8일간 중국에 머물며 중국발전포럼(CDF)에 참석하고 샤오미와 BYC 본사 등을 방문했다. 토요타 회장은 전날 오후에 베이징을 찾아 회견 직후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요타 옆에는 올리버 집스 BMW 이사회 의장, 삼성 옆에 월가의 거물인 스티브 슈바르츠만 블랙스톤 회장이 자리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시 주석은 트럼프를 견제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그는 “뜻이 맞는다면 산과 바다도 멀다 하지 않는다(志合者不以山海爲遠)”라며 도교 고전 『포박자(抱朴子)』를 인용했다. 원문은 “길이 다르면 지척도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다. 산 넘고 물 건너서 모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밀접해도 왕래가 없는 사람도 있다”로 이어진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을 ‘해방의 날’로 선언하고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기 며칠 전 시 주석이 미소를 띠며 40여 명의 세계적인 기업의 리더를 맞이했다”라며 “트럼프의 혼란스러운 정책 결정과 비교해 베이징은 안정의 보루이자 글로벌 무역 시스템의 옹호자라는 메시지”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