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 자녀 둔 머스크, 또 韓 콕 집어 때렸다…"인류 사멸 중"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9일(현지시간)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진행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폭스뉴스 홈페이지 캡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9일(현지시간)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진행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폭스뉴스 홈페이지 캡처

“거의 모든 나라에서 출산율이 매우 낮습니다. 이게 바뀌지 않으면 문명은 사라질 것입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53)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9일(현지시간)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밤잠을 못 이루게 하는 가장 큰 일은 무엇인가”라는 진행자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다. 머스크는 “제가 걱정하는 것은 많은 것들이 있고 일부는 사람들에게 난해해 보일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머스크가 정부효율부 고위 간부들과 함께 참여한 폭스뉴스 인터뷰는 지난 27일 약 38분 분량의 1부가 공개된 데 이어 이틀 뒤인 29일 저녁 2부가 공개됐다.

“韓 3세대 뒤면 현 인구의 3~4% 수준”

머스크는 29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미국은 지난해 역대 최저 출산율을 기록했다”며 특히 한국 사례를 콕 집어 출산율 감소 현상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출산율이 대체 출산율(Replacement rate)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이는 한국 인구가 3세대 뒤에는 현재의 3~4%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것도 지금의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며 “인류는 사멸해 가고 있다. 인류는 그런 변화에 대응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달 26일 인천 미추홀구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간호사가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6일 인천 미추홀구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간호사가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뉴스1

대체 출산율은 한 사회의 인구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출산율을 뜻한다. 즉 부모 세대가 사망한 뒤에도 자녀 세대가 인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출산율로, 한국과 같은 선진국의 대체 출산율은 2.1명 정도로 추산된다.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2021년 0.81명, 2022년 0.78명, 2023년 0.72명으로 계속 떨어지다 지난해 0.75명으로 9년 만에 반등하긴 했지만 인구 절벽 위기에서 벗어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많다.


머스크, 韓 인구절벽 위기 여러 번 지적

머스크가 한국의 출산율 하락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에 월스트리트 저널(WSJ) 기사를 인용하며 “한국이 홍콩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인구 절벽을 겪고 있다”고 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화상 대담에서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단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세계 인구의 붕괴”라며 “현재 출산율을 기준으로 하면 한국 인구는 지금의 3분의 1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지난해 11월, 올 1월에도 소셜미디어 엑스에 한국의 출산율 그래프, 연령대별 인구 분포 그래프를 각각 공유하며 한국이 처한 인구 절벽 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 임원 시본 질리스(39)와의 사이에서 넷째를 얻는 등 모두 14명의 자녀를 둔 다둥이 아빠다.

“미국은 서구 문명 지탱하는 중심 기둥”

머스크는 이날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는 미국의 힘에 대해 걱정한다”고도 했다. 그는 “신전으로 비유한다면 미국은 서구 문명을 지탱하는 중심 기둥으로 그 기둥이 무너지면 모든 게 끝난다”며 “그러니 우리가 그 기둥을 강화해 미국이 강하고 오랫동안 강할 수 있도록 하거나 아니면 지붕이 무너지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와 그가 소유한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테슬라 전시장 밖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와 그가 소유한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테슬라 전시장 밖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와 위성 인터넷 서비스기업 스타링크 등 여러 회사를 경영하는 그가 정부 업무에 직접 관여하면서 빚어진 이해상충 논란과 관련해서는 “제가 하는 모든 일은 철저한 조사를 받는다”며 “제가 취할 수 있는 어떤 행동도 조사되지 않는 것이 없다”고 소명했다.

머스크는 이 대목에서 자신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면서 확산되고 있는 테슬라 불매 운동과 테러 등 일각의 공격적인 행위에 대해 “제가 정부에 있기 때문에 (제가 경영하는)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테슬라 주가가 반토막이 나자 팀 월츠(민주당 소속 미네소타 주지사)라는 얼간이가 뛰어다니며 너무 기뻐했다. 정말 나쁜 짓”이라고 비판했다.

테슬라 주식은 지난해 12월 18일 사상 최고가인 488.54달러를 찍은 이후 줄곧 하락세를 이어오다 지난 28일 기준 263.55달러를 기록했다. 최고가 대비 46% 하락한 셈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테슬라 차량 시승ㆍ구매 이벤트를 언론 앞에서 벌이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테슬라 주식을 사라”고 한 것도 ‘테슬라 구하기’ 차원으로 받아들여졌다.

머스크는 지난 27일 공개된 폭스 인터뷰 1부에서는 “5월 말까지 1조 달러(약 1450조 원)의 연방 정부 비용 절감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