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G화학, 中서 배터리 특허 분쟁…국가 대항전 되나

양극재를 생산하는 LG화학 청주공장의 모습. 사진 LG화학

양극재를 생산하는 LG화학 청주공장의 모습. 사진 LG화학

 
LG화학이 최근 중국에서 배터리 특허 분쟁에 휘말린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당국에 LG화학의 양극재 기술 특허 무효심판이 청구된 것이다.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한·중 배터리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특허 전쟁도 격화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특허청에 해당하는 중국 국가지식재산국에 올해 초 LG화학의 삼원계(NCM) 양극재 기술 특허 무효심판 신청이 접수됐다. 청구인은 개인 명의지만, 업계에선 중국 양극재 업체 룽바이 측으로 의심한다. 한국과 달리 중국에선 이해당사자가 아닌 개인도 특허 무효심판을 신청할 수 있다. 양극재는 전기차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로, 삼원계 양극재 기술은 한국이 중국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화학은 현재 전 세계에 1300여 건의 양극재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룽바이는 중국 삼원계 양극재 1위 기업으로, 현재 LG화학과 한국에서 특허 소송 중이다. LG화학은 룽바이의 한국 자회사(재세능원)가 자사 삼원계 양극재 특허를 침해했다며 지난해 8월 서울중앙지법에 특허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전기차용 배터리 분야 한·중 기업 간 첫 특허 소송전이다. 이번에 중국에서 무효심판이 청구된 특허는 한국에서 소송 중인 특허의 ‘패밀리 특허’로, 중국에서 출원된 유사한 특허다. LG화학이 특허침해에 대해 소송으로 대응하자 중국 측이 보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 관계자는 “중국 당국에 특허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잘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해당 특허를 무효로 판단하면 룽바이 측이 국내 소송에도 이를 근거로 쓸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특허에서도 자국 기업에 유리한 판단을 하는 경향이 있다. 손보인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변리사)는 “특허는 나라마다 효력이 별개이지만, 유사한 특허에 대해 한·중의 판단이 다르게 나올 경우 국가대항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럴 경우 한국 기업들은 유럽 등에서 특허침해 소송을 내며 대응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룽바이 측은 특허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한국 특허청에도 LG화학 특허에 대한 무효심판 등을 청구하며 맞서고 있다.

일각에선 청구인이 룽바이 아닌, LG화학의 특허를 무단 사용한 다른 중국 업체일 수도 있다고도 본다. 향후 LG화학이 특허침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경우를 중국 기업이 대비한 것이라는 추측이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한국 기업이 중국에 앞서는 데 활용할 수 있는 핵심 무기는 특허”라며 “특허침해 저지를 위해 소송·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차세대 기술 특허도 먼저 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SNE리서치]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SNE리서치]

 
국내 배터리 업계는 중국 등 후발주자들이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해 개발한 제품을 들고 해외 진출을 확대하자 견제에 나섰다. 지난해 ‘특허 무임승차’에 강력 대응을 선언한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중국 업체들에 경고장을 보내 라이선스료를 협상 중이다. 이 회사 특허 중 실제 침해가 확인된 것은 580건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일본 파나소닉과 함께 헝가리 특허관리전문회사(NPE) 튤립이노베이션을 통해 특허 침해 사례에 대응 중이다. 현재 국내 배터리 업체 중 LG에너지솔루션이 누적 특허 3만8398건으로 가장 많고, 삼성SDI도 2만1846건을 보유 중이다.

지난 1월 한국 배터리제조 3사의 유럽 점유율은 35.6%로 1년 전 대비 15.4% 포인트 떨어져, CATL 등 중국 업체들(56.3%)에 상당히 뒤처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면서 K배터리는 지식재산권(IP)을 무기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라며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게 해 중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을 낮추고, 로열티라는 새로운 수익원을 기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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