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폭탄 하루 앞두고 日도 초긴장…"트럼프 1기 때와 다르다"

일본 정부가 일본산 자동차 등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를 하루 앞두고 “일방적 관세” 조치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2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관방장관은 “미국 정부에 대해 지금껏 일방적 관세 조치를 취해선 안 된다는 점 등을 다양한 레벨로 요청해왔다”며 “미국의 관세 조치 내용과 (일본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검토하면서 계속해서 미국에 (예외 적용을) 강력히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야시 장관은 “관세 조치가 발동될 경우 (대응 조치로) 특별 상담 창구 개설, 자금 조달 및 금융 지원 등을 신속히 시행하겠다”고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 총재 역시 트럼프 관세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우에다 총재는 이날 오전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에 참석해 트럼프 정권의 고관세 정책에 대해 “불확실성이 높다”며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그는 “관세의 범위, 규모에 따라 각국 무역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가계와 기업 마인드에 어떤 영향이 있고, 지출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점도 크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불안한 목소리가 나온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이날 관세 대응을 논의하는 '일·미 통상문제대책본부’ 첫 회동을 열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일본 경제 혹은 고용에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과 경기 후퇴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최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보복 관세 등의 대항 조치에 대한 질문에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일본 언론은 보복 관세와 같은 방식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니치신문은 “보복 관세 시행을 위해선 세계무역기구(WTO) 승인이 필요한 데다, 안이하게 대항 조치를 단행하면 경제뿐 아니라 안보 측면에서도 밀접한 미·일 관계에 금이 갈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중국처럼 보복 관세를 실행할 경우 미국산 제품의 수입가격이 올라 가계와 기업경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관세와 관련해 일본을 제외해달라는 요구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관세와 관련해 일본을 제외해달라는 요구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EPA=연합뉴스

마이니치는 “(트럼프) 1차 정권 때와는 다르다”는 통상 분야 소식통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일본이 미국산 소고기 등에 대한 관세를 인하해 일본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를 막았던 2019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의미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1일 회견을 통해 “계속해 일본을 (관세 적용에서) 제외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하겠다”며 전국 1000곳에 특별 상담창구를 설치하고 자금 조달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선택지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일본 기업들은 관세 회피를 위해 발 빠르게 나선 모습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완성차 회사인 혼다는 지난 2월 멕시코에서 생산한 차를 미국으로 수송했다. 차량용 디스플레이와 센서 등에 쓰는 커넥터를 만드는 이리소전자공업은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20%)를 고려해 생산 거점을 중국에서 일본 아키타현으로 옮길 계획이다. 닛케이는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를 인용해 "이번 트럼프 관세로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이 0.4% 하락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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