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개 의대 전원 등록에도 '유령 교실'…의대생 단체 "수업 거부 투쟁"

불이 꺼 있는 성균관대 의대 강의실. 채혜선 기자

불이 꺼 있는 성균관대 의대 강의실. 채혜선 기자

2일 오후 1시쯤 찾은 경기도 수원시 성균관대 의대 의학관 1층 의대 강의실 3곳은 불이 꺼진 채 적막이 감돌았다. 100여석 규모 의학 도서관에는 학생 한 명만이 자리해 있었다. 지하 1층 동아리실과 학생회실도 비어 있었다. 

성균관대 의대는 지난 1일 대면·비대면 수업을 재개했다. 학칙에 따라 1일부터 결석하면 유급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의대생 단체가 이날 밝힌 이 학교 수업 수강률은 6%에 그친다. 성균관대 의대 한 교수는 "학생들이 전원 등록했다는 공지가 있었고, 수업 정상화를 위해 학장단이 노력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국 40개 의대가 전원 등록을 사실상 확정했지만, 곳곳에서 수업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미등록으로 인한 대규모 제적 사태는 피했지만, 수업 거부에 따른 집단 유급 사태가 현실화한 셈이다. 적지 않은 의대는 수업 4분의 1을 결석하면 F 학점으로 처리하며,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한다. 성균관대의 한 관계자는 "1일부터 수업을 듣지 않는 의대생은 유급 대상이다. 처리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15개 의대 대학별 수강률. 사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15개 의대 대학별 수강률. 사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의대생 단체는 '등록 후 수업 거부'를 투쟁 방침으로 공식화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15개 의대가 자체 조사한 결과 재학생 6571명 가운데 실제 수업 참여 또는 참여 예정인 학생은 3.87%(254명)에 그쳤다고 이날 밝혔다. 결과가 먼저 취합된 15개 의대의 수강률은 최저 0.41%(가천대)부터 최고 9.49%(울산대)까지 다양했으나 전부 한 자릿수 대에 머물렀다. 

이선우 의대협 비대위원장은 "협회 방향성이 투쟁으로 수렴됐다"며 "전원 복귀라는 기사가 많았지만, 결국 어디에도 학생이 가득 찬 교실 사진은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면 수업을 꺼리는 학생을 위해 온라인 수업을 먼저 시작한 학교도 엇비슷한 분위기다. 인하대 의대 학생회는 최근 학생들에게 "투쟁 방향을 '등록(복학신청) 후 수업거부'로 변경했다. 변경된 방향으로 투쟁을 지속하겠다"고 알렸다. 

이 학교 의대생은 "줌 강의 링크가 학교에서 전송되지만 대부분 듣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수업을 진행 중인 서울 한 의대의 학장은 "수업 참여율이 낮은 편이다. 수강신청 기한인 3일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고려대 의대는 학생회가 주도하는 수업 거부 움직임을 파악하고 대책을 논의 중이다.

선배인 전공의들이 의대생들의 '등록 후 투쟁(수업 거부)'을 지지하고 나서 이들의 실질적 복귀가 요원해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대병원전공의협의회는 전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 "지금 우리가 현재 걷고 있는 이 길은 결코 틀린 길이 아니라는 것을 믿는다. 여러분 결정을 언제나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교육부는 "서울대와 고려대 모두에서 복귀 조짐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등록뿐 아니라 수업 참여와 학점 이수를 복귀로 인정한다는 입장이다. 이달 중순까지 수업 상황을 지켜본 뒤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확정할 방침이다. 의대 교육이 정상화하지 않는다면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은 기존 정원인 5058명이 된다. 

최근 복귀한 한 의대생(본과)은 "쉽지 않은 선택을 했는데 (정부와 의대생의) 강 대 강 대치에 복귀자만 피해를 볼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