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다쳐도 일단 MRI?…한방병원 10곳, 상급종합병원의 27배

A씨는 지난해 2월 시내 도로에서 우회전하다 뒤따라오던 버스와 접촉사고가 났다. 충돌 당시 속도가 시속 20~30㎞ 내외로 빠르지 않았고, 차의 외관도 심한 손상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보험 처리를 했다. 하지만 당시 버스에서 탑승한 한 승객은 접촉사고를 이유로 한방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한 것은 물론 입원치료 11일, 통원치료 26일을 받고 562만원의 거액 치료비를 청구했다.

10개 한방병원서 경상환자 MRI 9117건 찍었다  

일부 한방병원들의 과잉 진료가 자동차 보험료 인상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대형 한방병원들은 중증 환자에게나 쓰는 고가의 MRI 검사를 경미한 부상의 환자에게도 남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2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B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청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환자(상해등급 12~14급)의 MRI 청구 건수 중 상위 10개 한방병원에서 검사한 횟수는 총 911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시기 B보험사에 청구된 47개 상급종합병원(양방)의 경상환자 MRI 검사 건수(330건)의 27.6배에 달한다. B보험사에 따르면 중증환자까지 포함한 전체 MRI 검사 건수도 상위 10개 한방병원(9756건)이 47개 상급종합병원(1122건)의 8.7배 수준이었다. B보험사 뿐 아니라 다른 보험사 통계까지 합친다면, 실제 한방병원의 MRI 검사 건수는 이보다 훨씬 더 늘어난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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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유명 대형 한방병원은 지난해 총 1479건(B보험사 청구 건수 기준)의 MRI 검사를 했다. 이 중 경상환자 검사 건수(1337건)만 90.3%에 달했는데, 이는 지난해 47개 상급종합병원의 전체 MRI 검사 건수보다도 많은 수치다. 

“유명 브랜드 한방병원 MRI 촬영률 평균의 3배”

정확한 진료를 위해서라면 고가의 MRI 검사가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일부 대형 한방병원은 상태가 심각하지 않는 환자들에게도 불필요한 MRI 검사를 시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입원치료까지 권하며 보험금을 의도적으로 부풀리고 있다는 게 보험업계 판단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한방병원은 보험금 청구 환자의 약 7%만 MRI 검사를 하는데, 특정 유명 브랜드 한방병원의 MRI 촬영률은 우리 자체 통계로 볼 때 20~30%로 평균보다 3배가량 높다”면서 “필요하지 않는데 일단 MRI 촬영부터 하는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자동차 보험 경상환자 진료비, 한방이 양방 3배

실제 자동차보험 진료비 중 한방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전체 자동차보험 진료비 중 한방 진료비(3580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은 23%로 양방 진료비(1조1978억원)가 차지하는 비중(77%)의 절반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한방 진료비는 매년 늘어, 지난 2021년 자동차보험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4.6%(1조3066억원)로 양방 진료비를 뛰어넘었다. 2023년에는 전체 자동차보험 진료비 중 한방 진료비(1조4888억원)의 비중은 58.1%로 60%에 육박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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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병원의 자동차보험 진료비는 경상환자에 집중해 있어, 과잉 진료 논란이 항상 따라붙는다. 실제 4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KB손보·DB손보)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1인당 한방 치료비는 101만7000원으로 양방 치료비(32만9000원)의 약 3.1배에 달했다. 이 영향에 자동차보험에서 경상환자 지급 보험금은 매년 급등 추세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2년 사이 자동차보험 경상환자수는 2.5%만 증가했지만, 지급보험금은 87.4% 증가했다.

“과잉진료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연결”

과잉진료로 보험금 지급이 많아지고 보험사의 손해율이 높아지면, 일반 보험계약자들의 보험료도 오를 수밖에 없다. 자동차보험은 매년 새로 계약하는 방식인데, 이때 보험사들은 손해율(받은 보험료에서 지급한 보험금 비중)이 특정 수준을 넘어서면 그만큼 보험료도 인상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일부 특정 한방병원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과다 청구한 보험금은 결국 대다수의 보험 계약자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면서 “경상환자 MRI 검사 같은 한방병원의 불필요한 진료 관행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대한한방병원협회 관계자는 “MRI를 환자치료에 활용하는 한방병원 대부분은 보건복지부가 인정한 한방 척추 전문병원인데, 정확한 진단을 통해 교통사고로 인한 손상뿐 아니라 기존 척추 질환까지 함께 발견해 치료하려고 MRI 장비를 쓰는 것”이라며 “MRI 촬영을 통해 디스크 등 원래 가지고 있던 질환을 많이 발견하는데, 이런 경우 자동차보험이 아니라 건강보험을 통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