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38년, 시대적 역할 다한 87체제

1987년 6월 29일 민정당 노태우 대표의 “대통령 직선제 개헌 수용” 발표를 전한 중앙일보 지면.
중앙일보는 지난 1월 9일 각계 전문가들로 ‘헌정개혁포럼’을 발족했다.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우윤근 전 주러시아 대사, 강원택 서울대 교수, 박명림 연세대 교수,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 등 5명의 위원이 열 차례 회의를 통해 개헌 방향을 논의했다. 포럼은 우선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한 직후 여야 동수의 개헌특위를 구성,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탄핵소추 인용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여야 후보들이 개헌 찬성 여부, 권력구조 개편 방향과 국민투표 일정, 새 헌법 시행 시기에 대한 입장과 로드맵을 국민 앞에 서약해야 한다는 뜻도 모았다. 탄핵소추가 기각·각하될 경우에도 윤 대통령이 지난 2월 25일 최후변론에서 ‘임기에 연연하지 않는 개헌’을 약속한 만큼 국회 특위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
포럼이 제시한 권력구조 개편의 키워드는 ‘분산’이다. ▶현행처럼 국민의 직접 투표에 의해 선출되는 대통령은 국가 수반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그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4년 중임제로 하되 ▶행정의 권한은 국회가 선출하는 총리가 맡는다. “종국적으로는 국민의 의사가 권력구조에 정확하게 반영되는 내각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도 정리했다. 협치와 연정의 기반 구축을 위해 현행 국회의원 소선거구 대신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할 필요성도 확인했다.
개헌 국민투표 시기에 대해선 “탄핵 인용 시 조기 대선과 함께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정치 일정상 불가능하면 늦어도 2026년 지방선거 때는 실시돼야 한다. 권력구조를 중심으로 대선 때 1차 개헌을 하고, 추가 논의가 필요한 내용은 2026년에 하는 방안도 있다”는 입장이다. 탄핵 기각·각하 땐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국민투표가 실시돼야 한다. 헌법이 사회적 변화에 뒤처지지 않도록 개헌의 절차를 지금보다 쉽게 고치고, 권위적인 ‘대통령’ 호칭을 바꾸는 방안도 국회에 제안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