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이용객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생중계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4일 오전 11시22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하자 서울역 대합실에선 시민들의 환호성이 퍼졌다. 대형 TV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선고 결과를 기다리던 이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기뻐하거나, 스마트폰으로 화면을 찍으며 역사적인 순간을 기념했다.
이날 탄핵심판 선고를 생중계로 지켜본 시민 대다수는 “지난한 탄핵 절차가 드디어 끝났다”고 안도했다. 오전부터 서울역에서 대전행 열차를 기다리던 김광모(67)씨는 “지긋지긋한 탄핵 이슈가 오늘 끝났다”며 “겁박용 계엄에 면죄부를 줘선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헌재가 국민의 뜻을 잘 반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에 사는 직장인 임지혜(37)씨는 “4개월짜리 긴 터널을 빠져나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4일 오전 경남 창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이 한국사 시간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생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현직 대통령의 두 번째 탄핵 결정에 이런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역 인근 카페에서 뉴스를 시청한 김명철(42)씨는 “인용될 건 알고 있었다”면서도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자꾸 탄핵하는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두 살 쌍둥이를 키우는 이임선(37)씨도 “아이들이 자랄 우리 사회가 정치적으로 안정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서울 중구 직장에 다니는 김성수(32)씨는 “이날 탄핵 결정문으로 계몽됐다. 앞으론 개헌도 해서 정치가 시민의 수준을 따라오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4일 보수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의 김세의씨와 '꽃보다전한길' 전한길씨가 윤 대통령 파면 선고에 허탈해 하는 모습. 사진 유튜브 캡처
대통령의 파면 소식에 실망감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대합실 한 편에 앉아 핸드폰으로 ‘전광훈TV’를 보던 박광순(72)씨는 “기각될 거라 예상했는데 전원일치 인용은 이해가 안 된다”며 “앞으로 나라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온라인에선 전한길 강사 등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들이 유튜브 등에서 선고 결과를 중계하다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X(옛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검색어엔 ‘파면정식’, ‘탄핵정식’, ‘드디어 새해’ 같은 단어가 오르기도 했다.

4일 오전 한 지방대 로스쿨에서 대학원생들이 다 같이 탄핵심판 선고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김씨 제공
장고 끝에 나온 탄핵 선고에 시민들 관심도 뜨거웠다. 이날 직장가와 대학에서는 동료·동기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탄핵심판 생중계를 관람하는 풍경이 벌어졌다. 지방 로스쿨에 다니는 김모(26)씨는 “법조윤리 강의시간에 스크린을 내리고 문 재판관이 판결문을 읽어내려가는 모습을 다 같이 봤다”며 “주문 선고가 날 때 놀라는 한편 손뼉을 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회사에 다니는 A씨(32)는 “동료들과 탕비실에서 과자랑 물을 떠 와 한 쪽씩 이어폰을 꽂고 생중계를 지켜봤다”고 했다.
교실에서도 탄핵심판 결과는 화제였다. 경기도 동탄 소재 한 고등학교에선 판결이 나자 학생들이 복도로 뛰어나와 “파면 됐다”고 외쳤다. 이 학교 영어 교사 윤모(26)씨는 “수업이 있는 선생님들은 교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없는 선생님들은 교무실에서 다 같이 탄핵 심판을 시청했다”며 “이 판결을 계기로 아이들이 비방하지 않고 수용하는 정치 사회를 배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도 동탄 한 고등학교 영어교사 윤모(26)씨가 동료 교사들과 함께 탄핵심판 선고를 지켜보며 SNS에 올린 글. 사진 윤씨 제공
해외 교민들도 유튜브 등을 통해 한국의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봤다. 호주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있는 김모(28)씨는 “현지 시각으로 오전 9시부터 한국인 친구 한 명과 같이 노트북 앞에 앉아 뉴스를 시청했다”며 “이제는 결론을 지었으니 나라가 어떤 방향으로든 나아갈 때”라고 말했다.
한편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 전후로 트래픽이 몰리며 카카오톡 서비스가 일시적으로 지연됐다. 카카오톡 서버는 헌재의 인용 결정 직후인 오전 11시 24분쯤부터 불안정한 상태였다가 11시34분쯤 원상복구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