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관세 발표 행사 중 서명한 행정명령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발표한 상호관세 정책이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미국의 국제적 위상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미 언론에서도 나오고 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의 새로운 보호주의 시대'(Trump’s New Protectionist Age)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상호관세 정책 대해 "세계 무역 시스템을 폭파하는 것이며, 대통령이 선전한 것과 같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WSJ는 상호관세가 야기할 문제로 ▲경제적 리스크 및 불확실성 ▲미국 수출 약화 ▲정경유착 심화 ▲미국의 경제 리더십 약화 ▲중국의 반사이익 등을 꼽으며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먼저 관세 부과 대상 국가들이 보복 관세로 맞대응할 경우 국제 무역이 위축되고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이번 조치가 관세 장벽 뒤에 숨어 경쟁을 회피하는 기업과 노동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독점은 강화되고 경쟁력과 혁신은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미국을 제외한 무역협정 체결이나 보복 관세 대응은 미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으며, 각국과 기업이 관세 면제를 위해 로비에 나설 경우 정경유착 위험도 커질 것이라고 WSJ는 전망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의 '해방의 날' 발언을 언급하면서 "해방의 날이 아니라 '적폐들이 새 요트를 사는 날'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제 질서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WSJ는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무역 확대를 통해 세계 번영을 주도해 왔음을 상기시키며 "이제 그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모든 국가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세계시장을 나눠 먹으려 드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1930년대의 근린 궁핍화 정책으로 회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근린 궁핍화란 타국의 경제를 희생시키며 자국 이익만 추구하는 경제 정책을 뜻한다.
WSJ는 아울러 미국의 '소프트파워' 손실이 동맹 및 무역 파트너의 신뢰 상실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미국의 구매력과 군사력보다 더 큰 손실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동맹국들에 대한 미국의 신뢰가 흔들리면 중국이 이 틈을 파고들 가능성이 크고, 이들 국가가 미국의 요구에 따라 중국에 대한 기술 수출 통제나 기업 규제에 동참하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WSJ는 "한국과 일본이 중국의 첫 타깃이 될 것이고 유럽 역시 리스트에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의 근거로 "중국을 향한 외교적 수단"을 언급한 것은 "거대한 아이러니"라고 비판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관세조치가 도리어 중국에 반사이익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나라에 기본 10% 관세를 매기고, 환율 정책이나 비관세 장벽을 기준으로 추가 관세를 정한 방식이 전혀 '상호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